탈북민, 북한-중국-남한에서 흘린 눈물 우리가 닦아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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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아 기자
saoh@cdaily.co.kr
'상처받은 2천만의 마음 누가 품어줄 수 있나?: 북한주민의 심리적 외상과 그 대책' 세미나 개최
북한주민의 심리적 외상과 그 대책 주제로 진행된 손과마음 세미나에서 하나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전진용 교수가 탈북자들의 복합적 심리적 외상에 대해 알렸다.   ©오상아 기자

"탈북민 A씨는 한국에 온 후 소화가 안 되고, 잠을 못 자는 날이 많고, 항상 머리가 아프다. 그는 북한에서 장사를 했는데, 장사를 하면서 항상 다른 사람들을 신경써야만 했으며, 북한의 경제난 때문에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들어 몸이 아파도 큰 병이 걸린 것 아닌가 하는 걱정만 하고 치료를 받지 못했다. 머리가 아플 때마다 장마당에서 진통제를 사 먹으면서 통증을 조절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었다. 그는 탈북 과정에서 중국에 머무르면서 북송을 당할까봐 항상 두려워했고, 숨어사는 생활동안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그는 남한 입국 후 새로운 새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지만, 말투도 다르고 남한의 여러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한국에 들어와서도 여러 가지 걱정이 많은 상태이다"

하나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전진용 교수는 24일 정동제일교회(담임 송기성 목사) 아펜젤러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남한에 입국한 한 탈북민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탈북민 A씨와 같은 상황을 겪은 후 시간이 지나며 남한에 잘 적응하는 탈북민도 있지만 반면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고생을 하는 탈북민도 있다"고 했다.

이날 '상처받은 2천만의 마음 누가 품어줄 수 있나?: 북한주민의 심리적 외상과 그 대책'을 주제로 진행된 '손과마음' 세미나에서 그는 '탈북민의 심리적 외상(trauma) 문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탈북민의 심리적 외상을 북한에서의 심리적 외상, 제3국에서의 심리적 외상, 남한 입국 후의 심리적 외상이라고 했다.

의식주 해결 안돼... 공개처형/고문 기억 등 스트레스
피할 수 없는, 극복할 수 없는 환경서 학습된 무기력으로 자포자기

먼저 '북한에서의 심리적 외상'은 사회서비스 체계의 붕괴가 주는 스트레스, 공개 처형 등의 충격적 사건이 주는 스트레스, 만성적인 우울감과 불안감이 주는 스트레스 등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고유한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제난으로 인해 사회서비스의 체계들이 붕괴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이 때문에 식량의 문제나 의료의 문제와 같은 필수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고, 이러한 사회적인 혼란 속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는 이들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했다.

또 '공개처형'등의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실제 탈북민들과 상담하다 보면 공개처형, 가족의 정치 과오로 인한 공포 등으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며 또 "고문, 토대(성분) 때문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생겼던 우울감을 호소하는 탈북민들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이어 '만성적인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는 "우울증을 설명하는 모델 중에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라는 모델이 있다"며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으로 인하여 실제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러한 상황에서 자포자기 하게 된다는 이론인데, 탈북민의 경우에도 만성적인 힘든 환경에 노출된 후 자포자기 하거나 우울감이 심해지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고 했다.

특히 "이러한 탈북민들은 만성적인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고, 또 무기력하거나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상대방을 잘 믿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했다.

중국 공안에 발각돼 북송 당하는 것 가장 큰 불안
불안정한 신분으로 부당한 대우 받아도 호소할 데 없어

이어 제3국에서의 심리적 외상을 언급하며 그는 "특히 북송을 당할뻔한 위기를 경험하거나 실제 북송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경우 이들의 스트레스는 심해진다"며 "한국에 와서도 중국에서의 심리적 외상 경험으로 힘들어하고 깜짝 깜짝 놀라거나 사이렌 소리, 경찰 제복과 같은 놀랄만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또 "중국 등지에서 불안정한 신분으로 살아갈 때 '불안정한 신분'은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했다.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몸이 아파도 치료를 받기 힘들고, 또 중국 공안에 잡힐까봐 항상 불안한 생활을 해야 하고, 중국에서 결혼을 하거나 취업을 한 경우 남편이나 현지 사장의 부당한 대우에도 어디 호소를 하거나 대응을 하기 힘들게 된다"고 했다.

특히 현지 공간에 발각되어 북송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은 중국 생활 속에서 가까운 사람도 믿을 수 없게 만들고 경계하는 요인이 됐다. 이외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 중국 현지와 북한 문화의 이질감으로 인한 적응의 문제를 경험하기도 한다고 했다.

또 "중국에서 남한 행을 준비하고 남한 행까지의 기간 동안에도 고된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며 "남한까지 오는 동안에도 이와 관련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고 했다.

'북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 사회적 편견에 위축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 죄책감도 어려움

남한 입국 후에는 '북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 때문에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진용 교수는 "정작 이들은 북한 정권이 싫어 남한에 왔는데 남한 사람들은 북한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북한 정권과 탈북민들을 같은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북한과 관련된 안 좋은 언론의 보도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으며 자신들도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또 탈북민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스트레스다. "북한이탈주민이라고 하면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남한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탈북민을 자신들과 다르게 보는 시각은 오히려 이들을 이질감에 빠지게 한다"고 했다. 전 박사는 "이들은 진심으로 도와주는 것을 기대하지만 탈북민이라는 특별한 대우나 자신을 다르게 보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북민들은 남한 적응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 남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혼란스럽거나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또 '문화적인 차이'도 어려운 문제다. 전 교수는 "남한과 북한은 분단 세월 동안 서로 다른 문화권에 있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이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물건을 살 때, 식당에 갈 때 위축되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탈북민들이 종종 있다"며 이런 것이 지속되며 자신감을 잃고 심한 경우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 교수는 이어 "이들은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인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많은 분들이 상담 과정에서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남한 입국 이후에도 가족에 대한 입국을 추진하는 등 가족에 대한 걱정은 정착 과정에서의 중요한 심리적 문제 중의 하나로 작용한다"고 했다.

그는 "탈북민들은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나 외상 경험을 신체적인 문제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이를 신체화(Somatization)라고 하는데, 이러한 신체화는 이들의 심리적인 문제를 도오주는데 있어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사례를 들었다.

"탈북민 I씨는 남한 입국 후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아픈 증상이 계속 있다. 병원에가서 심장 검사, 머리 CT 검사 등을 했으나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모했으나 아픈 증상은 지속되었다. 그는 북한에 있을 때 식량난과 전염병으로 아들이 사망한 경험이 있으며, 중국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동거했던 중국인으로부터 구타를 당하기도 하였다. 힘든 탈북 과정을 겪고 남한에 왔으나 남한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몸도 여기저기 아파서 적응하는데 계속해서 어려워하고 있다"

탈북민 진정한 이웃으로 바라볼 때 치유 시작
남한사회 성공적 정착, 실질적인 통일 준비 

전 교수는 심리적 외상을 포함한 탈북민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치유를 위해 그들에게 단순한 도움을 주기보다 진정한 이웃을 바라봐주기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 탈북민도 자신이 외롭다고 생각하거나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며,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했다.

그는 "탈북민들의 마음을 이해해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다면 이들이 받은 상처들을 치유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덧붙여 "이들이 남한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통일을 준비하는 실제적인 길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외 이날은 '북한체제 트라우마 불안 이해와 통일을 위한 준비'(유혜란 박사/새중앙교회 부목사) 발제가 진행됐으며 사례발표로 '탈북자들이 겪는 트라우마의 복음적 치유'(최바울 선교사/중국현지선교), '기도와 상담으로 회복되는 기적의 현장'(김명숙 전도사/평양산정현교회)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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