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아서 미국의 유서 깊은 워싱턴국립대성당이 건립 이래 최초로 트랜스젠더인 성직자를 강단에 세울 예정이라고 크리스천포스트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국립대성당은 미국 성공회 성당으로 1907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당시 첫 삽을 뜬 이래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식 다음 날 국가를 위한 기도회에 참석하는 곳이자, 이들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곳이 되었다. 또한 종파를 초월해서 국가의 대소사마다 항상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많은 이들에게는 거룩한 '미국의 성지'로 여겨져 왔다.
그런 대성당에 기독교 국가 미국의 바뀐 사회상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오는 29일 트랜스젠더 성직자가 강단에 올라 설교를 전할 예정이다. 100여년 역사 가운데 처음 있는 일이다.
보스턴대학교 교목으로 재직 중인 캐머런 파트리지 목사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미국성공회 최초로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상태에서 성직 임명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은 또한 미국성공회에서 또 다른 '최초' 기록을 세운 진 로빈슨 주교가 예배를 인도할 예정이다. 첫 동성애자 주교인 로빈슨 주교는 현재는 은퇴 주교이다. 예배 중에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그룹을 대표하는 이들의 기도문이 낭독될 계획이기도 하다.
대성당 주임사제인 게리 홀 목사는 "(파트리지 목사를 초청한) 목적은 트랜스젠터 커뮤니티의 평등을 지지한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파트리지 목사는 훌륭한 지성과 목회자로서의 존재감, 그리고 복음에 대한 깊은 열정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그가 대성당에서 설교를 전하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한편, 파트리지 목사가 속한 미국성공회는 지난 2003년에 로빈슨 주교의 임직을 인정하면서 동성애자 주교를 허용했으며, 2012년에 파트리지 목사를 받아들이면서 트랜스젠더들에게도 성직으로의 문을 열었다.
이러한 미국성공회의 입장은 보수적인 신학을 견지하고 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성공회 교구와의 갈등을 촉발시켰으며, 이러한 대립은 아직까지도 세계성공회의 연합에 발목을 잡는 요소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