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매년 150만 명 정도가 단기선교여행에 참여하고 있으며 20억 달러 이상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기간 동안 선교지역을 돌아보면서 그곳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힘들게 사역하는 선교사님들을 위로하는 유익한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선교지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유행처럼 떠나는 단기선교는 위험하다. 선교지의 문화와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뿐 아니라 문화적 우월감에 사로잡혀 공격적인 선교를 하는 것이, 자칫 수년 동안 힘들게 사역해온 선교사들의 모든 수고와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단기선교를 떠나기 전에 점검해야 할 몇 가지가 있다.
1. 당신은 영웅이 아니다.
선교지에는 영웅이 필요하지 않다. 그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듯한 과시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며칠 동안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영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파트너가 필요하다. 오랫동안 기도하며 후원하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신앙의 동역자가 되어야 한다. 몇일동안 영웅이 되려다가 오히려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2. 눈에 보이는 물질적 소유와 재산의 정도가 전부가 아니다.
선교지를 돌아보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스스로 감사하다고 느끼는 것이 낭만적일 수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소유와 재산을 가난의 척도로 삼는다면, 우리 역시 정신적 빈곤과 영혼의 피폐라는 가난 속에 살고 있음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 깨어진 하나님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3. 역사적 상황이 지금의 상황보다 중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선교지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준비한 뒤 떠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인 정황을 떠나서 선교지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맥락, 전쟁의 상처, 문화적 특징, 식민지 경험 등을 고려하면서 교회가 그곳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선교지의 사람들이 안고 있는 현실과 함께 깊은 상처와 슬픔을 이해하고 품어주려는 시도가 동반된다면 좋은 선교가 될 것이다.
4.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하지 마라.
선교지의 건물에 페인트칠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봉사를 많이 하지만, 사실 그런 일들은 현지인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만약 그 일이 정말로 중요한 것이라면 선교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하는 게 좋겠다. 할 수 있는 일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홀로하지 말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더욱 좋다.
5. 학습은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현지인들은 선교하러 현지 선교지로 오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고 부유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좋은 것을 보여주고 제공하려는 마음은 알지만, 자신의 상처와 아픔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선교가 될 것이다. 선교는 관계를 세워나가는 작업이다. 자신의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히고, 좋은 것으로 대접받을 때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질지를 질문해보아야 한다.
6. 지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선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교지에 대한 관심이 그때 뿐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선물을 가지고 현장에 방문해서 열심히 사역하지만 돌아와서는 관심이 뚝 끊어지는 것이 문제이다. 그다음의 지원과 관심이 없다면, 현장에서는 씁쓸함만이 남을지 모른다.
7. 지금 여기에서 선교적 마인드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먼 곳까지 가서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돌아오지만, 정작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그런 마음으로 살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실 우리 주위에도 복음의 소식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 단기선교를 떠나는 중요한 목적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서 그런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특별한 장소와 시간만이 아니라 매일 일상의 삶에서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한원 서부제일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