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승객들을 버려두고 자신들만 탈출한 혐의로 기소된 선장 이준석(68)씨와 선원 등 15명에 대한 두번째 재판이 광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부장 임정엽 판사)에서 17일 시작됐다.

이씨 등은 광주교도소에서 호송버스를 타고 이날 오전 8시께 광주지검 구치감에 도착한 후 법정으로 향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 80여명도 방청을 위해 버스 3대를 이용해 오전 9시10분께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오전 10시 201호 법정에서 살인 및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 등 15명에 대한 2회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에서 선원들은 "갑작스런 사고로 정신적 공황이 있었다"며 "해경이 와서 승객을 구조할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일부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손모(57·1등 기관사)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다투지 않겠다는 취지, 즉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변호인은 "'지시를 받지 못해, 순식간에 배가 기울어서 인명을 구조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하지는 않겠다"며 "단 양형 과정에 있어 미안함과 죄스러움, 자괴감에 시달려 왔던 손씨의 사정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머지 피고인(3명)들의 변호인은 침몰 당시 몸을 제어하기 힘든 상황이었던 점, 상급 승무원들로부터 승객구조에 대한 지시가 없었다는 점, 세월호 근무기간 비상상황 발생에 대한 실질적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실, 짧은 승선 경력 등을 이유로 긴급피난(위법성 조각사유)과 함께 이들에 대한 정상 참작을 주장했다.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전반적 수사기록을 증거로 사용하는데 대체로 동의했다. 단 배의 침몰 원인이나 침몰 뒤 피고인들의 구조가능성 등에 관해 서로 간 진술 취지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법정에서 다른 피고인에 대해 신문할 기회를 부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일부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배의 침몰 원인과 관련해 고박전문가·설계 담당자·고박업체 직원 등을, 침몰 뒤 구조가능성에 대해서는 생존 승객 및 승무원, 구조작업에 참여한 해경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세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 기존에 제시된 쟁점을 정리하는 한편 심리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또 다음달 8일로 예고했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24일 오후 2시부터 본격적인 공판일정에 들어간다.

이날 재판에는 희생자들의 가족들도 방청했다. 재판 도중 가족들의 분노가 터져 나올 때마다 이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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