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의 아침묵상] 공동체 정신(10)

칼럼

 

▲김진홍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경기도 화성군에 있는 남양만 간척지는 960만평의 새로운 농지가 바다를 막아 이루어진 땅이다. 그 곳에 15개의 마을을 세우고 1,500세대가 새로 입주하게 되어 있었다. 청계천 판자촌에서 철거민으로 이루어진 ‘활빈 귀농개척단’은 50세대를 제1진으로 하여 한 세대당 2정보(6천평)의 농지와 주택 한 채씩을 배정 받아 입주하게 되었다. 우리는 50세대가 공동체를 이루어 100정보(30만평)의 농지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로 계획하였다.

그런데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막바지에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정부 기관에서 우리가 한 마을에 집단으로 들어가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50세대가 한 마을에서 공동체로 농사를 짓고 사는 것이 북한의 집단농장과 같은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허락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기독교 공동체와 북한의 집단농장 공동체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아무리 항변하여도 요지부동이었다. 50세대가 한 마을을 이루지 말고 15마을에 골고루 분산하여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활빈귀농개척단’은 15마을에 흩어져 입주하였다. 그렇게 입주하였어도 공동체 정신만큼은 살려보자고 한 교회에 모였다. 그리고 모심기를 할 때는 각 농가가 따로따로 모판을 만들지 않고 마을마다 10가정이 한 단위로 모판을 설치하여, 돌아가면서 한 사람이 하루씩 못자리를 관리하고 나머지 9명은 다른 일을 하게 하자는 안을 실천하였다.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다들 매우 찬성하여 실천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한 가정이 자신의 모판을 각자 돌보는 못자리에 비하여 10가정이 공동체를 이루어 돌보는 못자리가 성적이 나쁜 것이었다. 논에 물이 자주 마르고 잡초도 제때에 뽑지 않아 모가 제대로 자라지를 못하였다. 보다 못해 10가정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공동체 못자리가 잘 자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문제를 두고 토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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