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후보자·김삼환 목사 발언, 전통적 신정론 때문"

16일 오후 한국기독교사회문화연구원 이제홀에서 한국민중신학회 월례세미나 열려; 전통적 신정론은 결국 고통과 악을 신적 의지와 계획의 일부로 설명; 정경일 원장, "고통과 악의 세상에서 하나님의 선을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이해는 '약한 하나님'일 것"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화연구원 이제홀에서 한국민중신학회 월례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이동윤 기자

'세월호 이후의 신학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사회적 고통에 무감각하고 무관심한 전통신학으로는 불가능하며 이러한 전통신학의 배후엔 전통적인 신정론(神正論, 신은 악이나 화를 좋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으므로 신은 바르고 의로운 것이라는 이론 · 전지전능하고 자비로운 신과 악의 존재가 서로 공존함으로써 나타나는 문제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신학적인 개념)이 깔려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화연구원 이제홀에서 열린 한국민중신학회 월례세미나에서 "한국교회가 희생자가 아니라 가해자인 권력과 동맹하는 것은 신학적으로 그들의 신정론과 관련이 있다"며 "전통적인 신정론의 '악'은 희생자의 고통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함으로써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원장은 이날 '애도, 기억, 저항 : 세월호 안의 민중신학'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그리스도인들은 묻는다. 아이들이 죽어가는 동안 전능한 하나님은 무엇을 하고 계셨는가. 그것은 고통과 악의 현실에서 하나님의 의를 찾는 신정론의 오래된 질문이다. 그런데 전통적 신정론의 목적은 '하나님을 변호하는 것'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전능함과 의로움이 부정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전통적 신정론은 결국 고통과 악을 신적 의지와 계획의 일부로 설명한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일제강점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한 것이나, 김삼환 목사가 세월호 참사를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 한 것도 그런 전통적 신정론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전통적 신정론에 의하면) 세월호 선장도 '한국호'(대한민국)의 선장도 일본 천황도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필요한 역할을 한 것이 된다. 결국 희생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변호하느라 가해자인 악인을 변호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의'을 변호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대통령의 의'를 변호하는 것도 그런 신정론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반면 '민중신학적 신정론'은 하나님의 전능보다 하나님의 전적인 선을 중시한다"며 "민중신학은 민중의 고통에 침묵하는 하나님을 향한 항의도 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고통과 악의 세상에서 하나님의 선을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이해는 '약한 하나님'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그 하나님은 위르겐 몰트만이 강조한 '십자가에 달린 하나님'이고, 민중신학이 발견한 '민중과 함께 고통받는 하나님'"이라며 "초기 민중신학자들에게 영감을 준 김지하의 '금관의 예수'는 그런 약한 하나님을 약한 메시아 이해를 통해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악이 선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한국교회의 애도불능이라는 악한 모습을 통해 참된 애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참된 애도는 신학적 언어 이전에 인간적 울음이며,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우는 것이다. 감신대 신학생들이 지난 5월 8일 기습시위를 할 때 읽은 성명서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성구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단지 우는 자들을 '위해' 울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울라는 것이다. 여기서 '함께'는 장소가 아니라 관계성이다. 진정한 애도는 고통받는 이의 마음으로 우는 것이다. 우는 자의 마음으로 울라는 것이다. 우리를 따라 울게 하는 것은 '대통령의 눈물'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눈물'이다"고 전했다.

이어 정 원장은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가난과 죽음은 연결돼 있다"며 "세월호에서 250여 명의 청소년들이 죽임을 당했지만, 2012년 한해 동안 336명의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폭로했다.

그는 "어린 청소년들만이 아니라 청년, 여성, 노인의 자살률도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며 "세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가난'"이라고 분노했다.

또 그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들도 있지만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구조적 죽임'을 당하는 이들도 있다'며 "삶의 구조적 불안정성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으며, 2013년에 한국의 산업재해자 수는 91,824명에 이르고 그중 사고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1,090명, 질병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839명, 매년 2천여 명이 약 4시간마다 한 명씩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4월 16일, 세월호가 가라앉으면서 이전의 세월호들인 가난과 죽음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면에서 '죽임'이라는 사실"이라며 "서남동 박사는 '죽음(死)의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 그러나 형제가 형제를, 이웃이 이웃을, 동포가 동포를 죽이는 살(殺)의 문제는 우리가 마음을 고쳐먹고 회개하고 제도를 달리하면 어느 정도 해결의 가능성이 있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회개', 곧 전환이 죽임의 항해를 멈출수 있는 것"이라고 진정한 '회개'를 강조했다.

더불어 정 원장은 한국교회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신자유주의적 발전과 성공주의의 탐욕을 종교적으로 지원하며 정당화했다"며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교회는 성공에 미친 사회를 추동하는 역사적 세력'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그는 "교회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한의 사제'가 아니라 권력과 자본의 탐욕을 축복해주는 '탐욕의 사제'였다"며 "탐욕의 사제들이 탐욕이 죽인 희생자들을 애도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한국교회의 자성과 회개를 촉구했다.

끝으로 그는 "오늘의 민중신학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개인들에게 신자유주의적 체제와 삶으로부터 전환하는 것이 사는 길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고, 그 개인들이 연대해 전환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이라며 "민중교회는 앞으로 복지, 청소년운동, 생태환경운동, 외국인노동자운동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전문화돼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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