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역사 인식에 있어 논란을 빚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놓고 16일에도 여야가 빈틈없는 대치를 벌였다.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 개최를 함으로써 국회의 책무를 다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인물임을 들어 자진사퇴 혹은 대통령의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해 "적격, 부적격을 판단하는 공식 절차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라면서 "그 과정(청문회)에서 문 후보자에 대한 적격, 부적격 여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하지만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한 후 동의해야 임명할 수 있다"며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구서가 국회에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거치더라도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식적으로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반대하지만 청문회가 진행되면 이 자리를 통해 낙마시키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문 후보자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된데다 여당 일부에서도 반대의견이 있어 국회 표결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문 후보자에 우호적이지 않은 초선의원들을 만나 내부 반발을 진정시키며 설득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원장 등은 초선의원 모임인 '초청회'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내부의 부정적 의견을 단속함으로써 기존에 반발했던 당권 주자들과 초·재선 의원들은 대체로 목소리를 낮추고 정국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다만 친이계 핵심인 이재오 의원이 지명철회요구를 SNS에 올림으로써 반대목소리가 수그러들지는 않았다. 당권주자이자 비주류인 김무성 의원의 반대가 공식화되면 새정치민주연합 계산대로 될 가능성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17일, 문창극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한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함께 제출한다.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지명철회가 없음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의 문제가 된 발언이 교회 신도 대상 강연 등 특수한 상황에서 나왔던 것인 만큼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게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핵심부의 입장이라는 일각의 분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낙마'한다면 박 대통령에게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며 "'대안(代案)'이 없는 상황에선 청와대로서도 문 후보자 카드를 계속 미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동안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한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에 인사차 들러 의장단과 여야 지도부를 예방해 청와대와 국회의 가교역할을 자청하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