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만큼 '설득' 안 되는 주제도 없는 것 같다"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미국 나성향린교회 곽건용 목사 칼럼
곽건용 목사   ©곽건용 목사 페이스북

동성애 문제만큼 '설득'이란 것이 안 되는 주제도 없는 것 같다. 누가 뭐라고 암만 설득력 있게 말해도, 그 말이 아무리 맞아도 그걸 무시하고 자기 신념을 유지하게끔 하는 기제를 각자가 다 갖고 있는 거 같다.

그렇다면 결국은 세 싸움이 되겠다. 미국의 장로교, 감리교가 이 문제로 벌써 몇 년째 갈짓자 걸음을 하고 있는 건 유명한 얘기다. 동성애자 안수를 인정했다가 엎어지고 또 통과됐다가 엎어지고 하기를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른다. 여기서도 결국은 세 싸움이다. 지금은 돈 많은 부자교회들이 동성애자 안수를 허락하면 탈퇴하겠다고 으름짱을 놓는 형편이다. 실제로 재산 다 들고 나가버린 교회들도 많다. 이러면 교단은 전전긍긍한다. 자본주의의 최첨병 국가에서 돈 들고 나가버리는데 태연할 수는 없다. 그런 교회들이 소속교회들에 편지를 보낸다. 자기넨 동성애자 안수 문제 때문에 교단을 떠난다고 말이다. 은근히 세도 과시해가면서 말이다.

여기서 하나 배우는 게 있다. 심지어 탈퇴하는 교회들 중에도 과연 동성애라는 게 뭔지, 왜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지, 그 원인과 이유는 뭔지, 그리고 동성애에 대해 말하는 성경구절들은 어떤 게 있고 그걸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서 강의도 듣고 토론도 해서 교인들의 이해를 높인 다음에 결정하는 교회들이 있다는 거다.

개신교는 개교회 주의 원칙이 워낙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으므로 개교회가 따를 수 없는 결정을 교단이 내리면 탈퇴하곤 한다. 중앙집중적인 가톨릭의 반대해서 이렇게 됐다는데 어느 편이 더 좋은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 다를 게다. 하지만 어쨌든 개교회 원칙이란 것도 목사 중심이란 뜻이 아니라 교인 중심이란 뜻일 터이니 앞에서 말한 과정을 다 거친다면 남든 탈퇴하든 그건 그 교회에 달려 있는 일이니 뭐라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대부분의 한국교회의 경우에는, 한국과 미국을 막론하고 위에서 말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 입장을 정한다는 데 있다. 내가 과문해서인지 어떤 한국교회가 동성애에 대해서 전문가를 청해서 강의도 듣고, 질문도 하고 토론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생물학적으로, 성서와 신학적으로, 그리고 사회, 문화적으로 동성애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를 알아본 다음에 입장 정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내가 목회하는 교회만 해도 그렇다. 나는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설교나 성경공부 때 다뤄본 적이 없다. 지나가면서 언급한 적은 꽤 있지만 본격적으로 다뤄본 적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대개는 우리 교우들이 동성애에 대한 호오를 불문하고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장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게 사실인지 확인은 안 해봤고 또 신앙적, 신학적인 접근 외에 다른 분야의 시각에서 접근해본 적도 없다. 회개할 일이다.

이 문제는 우선은 생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는 일차적으로는 생물학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문화적으로, 신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내 생각일 뿐이고 우선 순위에 있어서는 달리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세 가지 측면이 모두 고려되지 않으면 동성애에 대한 견해는 불완전할 뿐일 게다. 중요한 건 교회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도 자기 견해를 바꾸지 않고 고집한다면 그건 할 수 없다. '암만 그래도 난 안 변해욧!' 하는 경우 말이다. 그건 신념이라기보다는 '똥고집'일 테니까 어쩔 수 없겠다.

#곽건용 #동성애 #나성향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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