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총본산인 경기 안성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 이틀째인 12일, 연인원 1만명을 동원하고도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전날 6천여명의 경찰을 동원한데 이어 이날 수색에는 검찰 수사관 20여 명과 경찰 3600여 명이 동원됐다. 수색 첫날보다 40% 가량 수색 인력을 줄였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도피지원을 총 지휘하는 '신엄마'(신명희,64·여)와 '김엄마'(김명숙,59·여) 등 핵심인물을 붙잡거나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공무집행을 방해한 구원파 신도 1명을 체포하는데 그쳤다.
이날 수색에는 금수원 내 모든 신도들의 신원 확인에 지하 비밀 은신처나 비밀통로 탐지까지 수색 범위와 대상을 확대했다. 이는 금수원을 탈퇴한 신도들이 제기해온 지하벙커나 비밀 통로 의혹에 대해 확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 장비인 음파·음향탐지 장비와 인력마저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수색에 차질이 빚어졌다. 전날 투입된 정부 산하기관의 음파·음향탐지 전문가들이 '신분 노출'을 이유로 참여를 거부하자 민간업체의 음향.음파탐지기와 전문인력이 수색 시작 7시간 뒤인 오후 4시 넘어 투입되었다. 이후 굴착기를 이용해 주요 지점에 은신처 수색에 나섰지만 비밀통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겸경은 유 전 회장 일가 도피조력자들이 인근 야산 비밀 은신처에 숨을 수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야산까지 뒤졌지만 성과가 없이 끝났다.
검찰은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 연장 여부를 오후 8시께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이 받아놓은 압수수색영장의 시효는 17일까지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안성시 농정과, 산림녹지과, 건축과 등 관련 부서 공무원 20여명의 협조를 받아 금수원내 주요 불법사항에 대한 증거수집작업을 벌였다. 안성시 공무원들은 수색팀과 함께 불법 건축물과 용도변경 시설, 임야 훼손 등에 대한 현장 검검을 벌인 뒤 돌아갔다.
이날 오전 수색에 앞서 검찰이 금수원 내 모든 신도들에게 신원 확인을 요구, 신도 250여 명이 예배당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우리는 지금까지 협조했는데 왜 범죄자 취급하는가. 불신검문을 당할 이유가 없다"며 한때 반발하기도 했다.
신도들은 인천지검 소속 검사의 설득에 신원 확인에 협조하며 충돌없이 신분증 확인 등을 진행했다.
검경의 이번 수색은 두 엄마 등 수배자 체포 등이 목적이 아니라 유씨 도피를 돕는 구원파 신도들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정부는 유 전 회장 검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오늘 전국적인 임시 반상회를 소집해 유 전 회장 검거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반상회에는 유 씨 수배전단이 찍힌 특별 반상회보를 제작해 배포한다.
합동참모본부는 밀항 차단을 위해 지원중인 해군 외에도 지상군 병력을 유 전 회장 검문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합참은 현재까지 지상군 지원에 있어 서남해안 해안경계를 담당하는 육군 3개 사단에 해안순찰을 강화지침만 내렸다. 단순 형사범 검거를 위해 군함이 동원된 것은 창군 이래 최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