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민주적 한국교회, '세월호 이후의 신학' 필요하다

참석자들, "경제 논리의 노예가 된 한국사회, 세월호 참사 일으켰다" 지적; 10일 오후 '세월호 이후의 신앙과 신학'을 위한 생명평화마당 집담회(集談會:free talking) 열려
'세월호 이후의 신앙과 신학'을 위한 생명평화마당 집담회(集談會:free talking)가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화연구원 이제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동윤 기자

2014년 생명평화마당 생명평화 월례포럼 '세월호 이후의 신앙과 신학'을 위한 생명평화마당 집담회(集談會:free talking)가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화연구원 이제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집담회는 이정배 교수(감신대)의 사회로 김은규 교수(성공회대), 이은선 교수(세종대), 김영철 목사 등이 참여했다.

이정배 교수는 인사말에서 "2014년 6월에 모이는 네번째 모임에는 '세월호 이후의 신앙과 신학'을 주제로 집담회 형식으로 준비했다"며 "현재 우리 삶의 자리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는 한국 사회와 교회를 구하기 위한 집단적인 지혜와 방향모색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은규 교수는 '세월호 사건은 정부의 부패와 무능이 만들어낸 '대학살''라는 발제를 통해 "세월호 침몰은 파렴치한 선장과 일부 승무원이 빚어낸 끔찍한 사건이지만, 기업과 국가 기관의 구조적인 부정과 부패와 무능이 만들어낸 '대학살'이었다"며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과 피멍든 가슴을 어떻게 위로해줄 수 있겠는가"라며 울분을 표했다.

또, 김 교수는 "세월호 사건은 기업의 끝없는 탐욕과 해경과 해양수산부의 전, 현직 공무원의 부패와 비리, 그리고 청와대와 정부의 안전 불감증과 재난사고 초기 대응 미숙 등의 무능함이 총체적으로 얽혀 있다"면서 "이렇게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합동분향소 안에 '정부'라는 글자를 대문짝만하게 걸어놓을 자격이 있는지 한심스럽고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은선 교수는 '세월호 참사와 한국교회 그리고 정치'라는 발제에서 "세월호 사태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 그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결정적인 사건의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다"며 "더구나 한국교회는 바로 작년 가을 부산에서 제10차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를 막 마친 후이고, 거기서의 주제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어이가 없고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 교수는 "국가가 온갖 허위와 무책임으로 우리 생명의 지지대가 돼주지 못한 것을 보면서 그 국가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다시 묻게 된다"면서 "적나라하게 정치가 속속들이 개인 이기주의의 수단이 되고, 뼛속까지 관료주의의 교만과 무감각, 무책임과 무능력으로 점철돼 있는 것을 보면서 더욱 한국 정치의 부패와 실종 등을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기독교 역시 우리 사회에 있어 맡아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믿음과 연대, 신앙의 상실의 시대에 종교인들도 믿음과 신뢰의 그루터기가 돼주지 못했고, 그에 더해서 스스로가 믿음과 약속의 파기를 일삼았다"며 "이 세상의 모든 성공과 저 세상에서의 영생까지도 여기서 보장 받으려는 한국 기독교의 뿌리 깊은 보수주의와 근본주의가 변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철 목사는 '세월호 이후의 신앙과 신학에 대한 제안'에 대해 발제했다. 김 목사는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뻔히 눈앞에 보면서도 300여 명의 안타까운 생명을 수장시킨 '사회적 타살'이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 기업과 관료의 유착과 부패, 생명경시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났다. 그러기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사회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경쟁'이 아닌 '협동과 협력'의 교육과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우리 사회는 경제 논리의 노예가 돼, 진정한 자유가 없다. 자유가 없고 눌려 있으니, 결국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또, 김 목사는 무엇보다 총체적 변화가 필요한 것은 비민주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교회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과 변화가 필요한 것은 한국교회며, 총체적 사회 변화에 대한 신앙과 신학적 응답이 필요한 때"라며 "이제 우리에게는 '세월호 이후의 신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한국의 민중신학은 70년 전태일의 분신 이후 민중들의 고통과 아픔에 함께하며 민중적 사건의 증언들을 통해 형성됐다"며 "이제 세월호 참사의 증인들인 우리 모두가, 특별히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이 세월호 참사의 증언자가 돼 세월호 이후의 신학을 정립해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불어 "한국교회는 세월호 이후의 신학을 정립함으로 스스로 회개하고 거듭나며 개혁돼야 한다"며 "'세월호 이후의 신학'을 정립함으로 십자가의 신앙으로 거듭나는 '제2의 종교개혁'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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