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두고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 간에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갈등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른바 FTA 괴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절제하게 확산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SNS에서는 한미 FTA 발효 시 '맹장수술을 받으면 의료비가 900만원이 되고 감기약은 10만원이 된다', '위 내시경에 100만원이 든다' 등 대부분이 의료비 관련 내용이다. 한 마디로 한·미 FTA로 의료분야 개방돼 의료비가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란 주장인데, 하지만 의료분야는 개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다.
또 '쌀농사가 전폐되고 식량이 무기화된다'거나 '볼리비아처럼 물값이 폭등해 빗물을 받아 쓴다'는 등과 같은 공공요금 인상 내용도 의료비 상승과 함께 대표적인 허위사실로 손꼽힌다.
특히 현재 여야 간 쟁점이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를 살펴보면 이것도 말이 안 된다.
ISD는 한미 FTA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체결한 거의 모든 FTA 및 투자협정에 규정되어 있는 조항이기에 ISD를 이유로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또 ISD로 인해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이 무력화될 것이란 주장도 근거가 없다. 한미 FTA에서는 다른 협정들에 비해 공공정책 보호가 오히려 강화됐기 때문에 ISD가 한미 FTA 비준의 발목을 잡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006년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면서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FTA 반대 세력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문제 중의 하나가 ISD인데, 즉 투자자 대 정부 간 분쟁해결절차이다.
당시 한미 FTA 반대 세력은 ISD로 인해 우리나라의 공공정책이 무력화된다며 지금과 비슷한 괴담들을 이야기했고, 노무현 정부는 이에 대해 ISD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거의 모든 투자협정에서 규정하고 있음을 주지시켰다. 또한 당시 체결된 한미 FTA 협정문에서 ISD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했고, 문제가 될 수 있는 '간접수용’에 대한 규정에서 공공복지 목적을 위한 비차별적인 정부의 행위는 간접수용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한미 FTA에 관한 한 노무현 정부와 현 정부의 차별성은 거의 없다. 현 정부에서 미국 정부의 요구로 행한 추가협의에서 자동차 관세 철폐 시기가 조금 늦춰졌을 뿐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나 자동차산업 종사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이 훼손되었다며 반발하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오히려 한미 FTA의 체결을 환영하고 나섰다.
이제 소모적인 기싸움은 그만두고 국회는 한미 FTA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 물론 여론에 휘둘려서도 안 되지만, 잘못된 여론은 바로 잡기 위한 당정의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대처도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