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강의]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목회·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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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서충원 목사(샬롬누리영광교회 담임, 샬롬나비 사무총장)
서충원 목사

오늘날 세계는 자율적인 이성을 토대로 하나님 없는 문명을 건설하고, 과학적인 진리를 판단할 도덕적 기준을 공적인 영역에서 배제하고, 육체의 욕망을 자유와 사랑의 이름으로 풀어주어, 사람들은 도덕적인 아노미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오늘의 세계는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을 맞고 있다. 자율적 세계관, 자연주의적 세계관,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관은 우리의 의식, 가정, 학교, 회사, 정부 및 사회 각 영역에 확고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이것은 오늘의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시대의 규범이 되어 가고 있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세계관의 확산으로 인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영적, 도덕적인 위기를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는 이런 시대의 변화가 가져오는 패러다임 전환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이 도덕적으로 실패하여 세상에 부끄러움이 되고 한국교회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지만, 한국교회의 위기는 단지 몇몇 지도자들의 도덕적 실패의 문제에서 비롯된 도덕적인 위기가 아니라, 교회와 세계를 이원화시키고 교회 안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낡은 이원론적인 사고와 시대의 흐름을 읽어낼 세계관적인 통찰의 부재로 인한 패러다임의 위기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로, 기독교 신앙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기독교가 신앙을 개인적이고 영적인 영역에만 적용하고, 사회적이고 공적인 영역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 동안 서구세계는 세속화되었고, 이로써 기독교는 공적인 영역에서 소외되어 버렸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소통되는 언어는 더 이상 보편성을 갖지 못하는 게토화된 언어이다.

공적인 영역이 이미 비기독교적 정신에 의해 지배되어 있어서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공적인 영역에 들어가게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해야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수호하려면 공적인 영역에서 물러나야 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되었다.

자연주의 세계관, 포스트모더니즘 세계관에 의해서 지배되는 정부 학교 기업 언론 미디어의 영역에 들어가서, 이곳에서 이뤄지는 활동들과 논의들이 어떻게 기독교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하고, 이것들을 지배하는 세속적인 관점을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기독교는 점점 더 오늘날 세속적 세계의 하위문화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기독교의 진리가 보편적인 타당성을 지닌 것임을 각 분야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로, 기독교 신앙은 오늘의 흐름에 대한 수용적인 자세를 요구한다. 기독교세계관은 세속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과 대결을 핵심으로 한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들, 자연주의자들,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지닌 논리와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들은 다 부정될 것들이 아니다. 기독교세계관을 말하는 이들은 모든 세속적인 관점의 전제가 비기독교적이기에 그들의 논리 중 거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것이 없다는 입장에 서서 세속적인 관점과의 대결만을 역설하는데, 이것은 복음의 보편성을 막고 스스로 만물 안에 일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의 넓은 영역을 포기하는 편협한 발상이다.

오늘날 기독교가 세계 안으로 들어가 공적인 영역을 기독교적으로 개혁하려고 할 때, 우선은 오늘의 흐름에 대한 깊은 숙고와 이미 형성된 질서에 대한 존중의 태도가 필요하다. 기독교는 너무 전투적이고 편협하고 독선적이라고 하는 세상의 평가가 우리를 오해한 부분이 있다고 보지만, 또 실제로 우리 안에 세속적인 관점을 극단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성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가 오늘의 흐름에 대해서 보다 수용적일 이유는 종교개혁자 칼빈이 말한 것처럼 비기독교적인 관점 안에도 일반은총이 작용하고 있고, 아무리 타락했어도 선한 본성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창조에 대한 긍정 때문이다.

셋째로, 기독교신앙은 오늘의 세속적 관점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의미한다. 세속적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은 인간 스스로 자신의 능력으로 세계를 형성할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지만, 우리는 이 시대가 이미 심각한 영적 도덕적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본다. 하나님을 부정하는 현대문명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안정성과 화려함과 달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이 사실이다. 이것이 기독교 신앙이 오늘의 현대인들과 다르게 보는 관점이다.

무엇보다 하나님을 떠나 형성된 서구문명의 치명적인 결함과 질병의 징후는 인간성의 상실과 도덕성의 폐기이다. 자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 공모하여 인간 본성의 핵심인 도덕성을 오히려 자연적인 본성의 왜곡과 억압으로 간주하여 다수의 여론을 형성하면서, 기독교의 진리는 배격되고 건강한 사회의 토대라 할 수 있는 도덕성이 공적 담론에서 배척되는 위험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위기를 직시하고 이 시대를 위한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살아있는 교회뿐이다.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말한 대로, 한국교회는 대안적 사회로서, 한국사회를 향해 새로운 세계의 비전을 선포하고, 그 비전에 따른 대안적 사회, 대안적 세계를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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