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의 2차 디데이(D-dayㆍ10일)를 이틀 앞둔 8일 `강행처리', `결사저지' 입장을 각각 내비치며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한나라당이 오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예산 소위를 마친 뒤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비준안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여야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당이 비준안 처리에 나설 경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강력히 저지할 것으로 보여 외통위 차원의 3차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이날 민주당의 한미FTA 반대를 총선 및 야권통합 전략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신속처리 의지를 거듭 밝힌 반면, 민주당은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이 전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날치기 처리' 주문이라고 비판하면서 청와대를 정면 겨냥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KBS 라디오로 방송된 정당대표 연설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대로 한미FTA 비준안을 국익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당당하게 처리하고자 한다"면서 "민주당은 총선용, 말하자면 한나라당에 단독 처리의 명분을 줘서 몸으로 막는 탄핵과 같은 양태로 FTA를 접근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해결하느냐가 우리의 쇄신과 변화의 완성"이라면서 "의회주의와 선진 민주주의라는 자긍심을 국민에게 드리면서 여야가 당당하게 지혜를 모아 국익을 지키고 나라의 미래를 개척한다는 중차대한 사명에서 처리, 완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오후 전체회의 소집을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이 외통위 전체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다른 장소에서 상임위를 열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미FTA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니까 이명박 정권이 초조해지고 있다"면서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아연실색할 정도다. 청와대가 한나라당에 `날치기 돌격명령'을 내린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청와대 정무수석의 서한이 더 큰 파문을 만들고 있다. 한미FTA에 색깔론을 입혀 김일성 박정희가 등장하는가 하면 한미FTA 반대를 반미선동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한미FTA에 반대한다고 반미, 친북주의자로 몰면서 강행처리를 요구하는데 위험하고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민노당 의원들은 이날 외통위 전체회의장에서 9일째 점거농성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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