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의 밑동은 (유사)가족주의 의식이다. 재벌가의 세습과 권력가의 세습 행태, 아니 우리 모두가 저지르고 있는 각각의 세습 행태 그 밑뿌리는 모두 같다. ... 다른 지역 사람보다 자기 지역 사람에게, 다른 학교 출신보다 자기 학교 출신에게, 다른 교단/교회보다 자기 교단/교회 인사에게 더 이끌린다. 더 가깝게 느끼는 이에게 특혜를 주다. 친밀함의 범위와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이 모든 것은 사사로운 집단의 이기주의 의식에 뿌리내려 있다."
'세습 문제와 건강한 목회지도력 계승'을 주제로 진행된 제8회 샬롬나비 학술대회에서 고재길 교수(장신대)가 소개한 박영선 목사의 교회세습에 대한 입장이다.
30일 오후 2시부터 백석대학교에서 진행된 이날 대회에서 고 교수는 '한국교회의 세습 문제와 기독교윤리'를 주제로 발제하며 "한국의 가족주의는 건전한 공동체 의식에 기초해 성장하고 성숙되기보다는 오히려 이기적인 자기 가족중심주의로 전락함으로 사회적 역기능을 보여주었다"며 "이러한 가족주의의 부정성은 특별히 세습을 찬성하는 한국교회 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족주의'라는 용어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는 '가족적'이라는 말과 매우 다른 뜻을 갖고 있다"며 "'가족적'이라는 말에서는 건전한 의미에서의 공동체성을 생각할 수 있지만 가족주의라는 용어는 오히려 공동체적 의미를 약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주의가 배태시키는 부정성에 대해 후쿠야마는 '신뢰가 낮은 사회의 특성'이라며 한국의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 가운데서도 사회적 신뢰수준이 가장 낮은 나라로서 '전통적으로 가족주의적 가치가 강하게 작용하는 사회'이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문화에서 가족주의적 가치가 이처럼 견고한 것은 자기 가족 공동체의 구성원 외에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며 "즉 '부정을 덮어줄 수 있을 만큼 믿을 수 있는 것은 가족뿐이라는 사고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고 했다.
고 교수는 한국의'가족주의'는 '문화적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저자 정수복)에서 "현대 한국사회에서는 (유사)가족주의, 서열의식, 권위주의, 교육 강조, 엘리트주의, 온정주의 등과 같은 형상을 움직이는 문화적 심층으로 작용한다"고 쓴 글을 인용했다.
이 책은 '특정 문화를 공유하는 구성원들 사이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거의 의식되지 않는 상태에 있으면서 구성원들의 행위에 일정한 방향을 부여하는 문화적 의미체계'라고 문화적 문법을 정의했다.
그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가족주의가 한국사회에서는 '단기간에 걸쳐 외부로부터 전파되거나 이식된 현상'이 아니며 그것은 '오랜 가족주의적 전통을 통해 형성되어 온 문화, 언어적 형상'이라는 사실이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 교수는 한국 가족주의의 문제의 해법은 '나사렛 예수의 확대된 가족과 개방적 가족공동체', '본회퍼의 하나님의 위임으로 존재하는 가족공동체(가정)'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보소서 당신의 모친과 동생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찾나이다. 대답하되 누가 내 모친이며 동생들이냐 하시고 둘러앉은 자들을 둘러보시며 가라사대 내 모친과 내 동생들을 보라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자는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마태복음 3:32-35)을 인용하며 '가족의 범주가 하나님나라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은혜 교수의 글을 인용하며 "예수는 편협한 가족이기주의를 넘어서서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모든 사람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이상적인 가족형태로 제시한다"고 했다.
고 교수는 이를 '타자를 향해 열린 개방적 가족공동체'라고도 표현했다.
또 "본회퍼는 가정, 가족 공동체를 하나님이 인간에게 부여하신 구체적인 위임의 자리로 이해한다"며 "본회퍼의 신학적 의견에 기초할때 가정(결혼), 노동(문화), 관헌(정부), 교회는 하나님의 뜻이 실현디는 구체적인 영역이다. 이 네 가지의 영역은 하나님의 위임의 자리가 되며 여기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책임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결혼을 통해 인간이 태어나는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에 영광을 돌리고, 그분을 섬기며, 그분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가정이 출생의 장소가 될 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예수 그리스도에게 순종하도록 교육하는 장소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본회퍼의 글을 인용했다
이어 고 교수는 또 하나의 본회퍼의 고백을 소개했다.
"... 여러 차례 설교했고 교회가 지닌 수많은 문제를 보았고 거기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설교도 했지만, 아직 그리스도인이 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 가는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실들로 인해 나의 이익을 챙겼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지금 나는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 그때 성경이, 특히 산상수훈이 나를 자유롭게 했습니다. 그때 이후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그것은 위대한 해방이었습니다. ...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사람의 삶은 교회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게 분명한 사실로 다가왔고 차츰 뚜렸해졌습니다. ... 교회와 목회의 회복이 나의 최종 관심사였습니다."
고재길 교수는 "목회세습을 시도하는 목회자들이 공명심이나 또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한 시간이다"며 "본회퍼가 강조하는 '교회와 목회의 회복'이 한국교회의 '최종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외 이날은 기조강연으로 '세습문제와 건강한 목회직 승계 리더십'(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원장, 샬롬나비 회장), '교회세습에 대한 사회문화적 평가와 대안'(김승진 목사/ 가치와경영연구소장, 산본영광교회, 샬롬나비 학술연구이사), '건강한 목회지도력 계승의 한 사례'(유종필 목사/ 동산교회, 샬롬나비 기획이사) 발제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