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기독교 신앙 저버리지 않겠다"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수단 여성 교인, 출산 이후 사형 집행 임박
메리암 이브라힘(27)과 남편.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신 중임에도 사형 선고를 받았던 수단 여성이 최근 감옥에서 출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단 법원은 이 여성의 사형 집행을 출산 후 아기가 젖을 뗀 뒤로 선고해 놓은 상태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8일(현지 시간) 신앙으로 인해서 법정 최고형을 받은 메리암 이브라힘(27)이 지난 주 초 딸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보통의 가족에게는 기쁨으로 가득 찬 소식이어야 하지만, 메리암의 가족에게는 그렇지만은 못했다. 출산은 사형 집행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미 두 살인 아들과 장애인인 남편이 있는 메리암은 무슬림인 아버지와 기독교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난 후부터 어머니로부터 기독교적 교육을 받고 자랐다. 자라서도 당연히 기독교인인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그러나 수단 이슬람법은 아버지가 무슬림이면 자녀도 무슬림으로 규정하며, 메리암이 기독교인 남성과 결혼한 것은 배교 행위이자 불륜 행위로 간주된다. 이에 메리암은 체포되어 임신 8개월인 상태에서 태형 100대와 사형 선고를 받았다.

메리암의 남편인 다니엘 와니와 변호사인 모하네드 무스타파 엘누르는 메리암이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메리암은 "만약 나를 처형할 것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내 신앙을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메리암은 사형 선고가 있기 전 개종에의 강요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나는 개종을 거부한다"고 밝히며, "나는 살기 위해 기독교 신앙을 저버리지 않겠다. 무슬림으로 살겠다고 하면 목숨을 건질 수도 있고 우리 가족을 돌볼 수도 있겠지만, 내 자신에게 진실하지는 못하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니엘은 "아내는 매우 강한 여성이다. 나보다 더 강하다. 그들이 사형 선고를 내렸을 때 나는 눈물을 쏟으며 좌절했지만 메리암은 의연했다"고 전했다.

한편, 메리암에 대한 수단 법원의 부당한 판결에 대해서 국제 사회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구명 운동이 일고 있다.

세계복음연맹(WEA)의 종교자유위원회(RLC)의 갓프리 요가라자(Godfrey Yogarajah) 박사는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오늘날의 자유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고 비판했으며, 수단 주재 미국,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대사들도 일제히 이 같은 판결을 비판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수단 정부가 이 일에 개입해서 메리암의 자유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 복음주의 지도자인 남침례교(SBC)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장 러셀 무어 목사는 존 케리 국무부 장관에 메리암의 석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국제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에는 메리암을 위한 청원이 올라 왔으며, 현재 약 47만 명 가까이에 달하는 세계인들이 자신의 서명을 남겼다.

국제 기독교 박해 단체들은 수단을 전 세계에서 가장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지목해 왔다. 오픈도어스는 "수단 정부 지도자들은 주로 급진주의적 성향의 이슬람주의자들로 이 나라에서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살해, 공격, 약탈, 체포, 강제 결혼 등의 박해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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