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이하 현지 시간) 진행된 중동 순방 기간 동방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총대주교와의 만남을 통해 지난 수세기간 지속되어 온 서방과 동방 교회의 갈등을 해결하고 교회 일치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을 놓았다.
교황은 중동 순방 이틀째이자 주일이었던 25일에 이스라엘 예루살렘 성묘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에서 총대주교를 만나서 함께 기도하고 이 교회 안에 있는 '성유석' 앞에서 나란히 무릎을 꿇고 입을 맞추고, 주기도문을 암송하며 기도를 올렸다. 성유석은 예수의 시신을 십자가에 내려 향유를 바르며 염을 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외신들은 이는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수백 년에 걸친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가톨릭과 동방정교회는 1054년 종교적 원칙 문제에 대한 갈등으로 관계를 단절했다.
두 지도자는 또한 일어서서 교회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서 서로의 팔을 잡고 부축하며 걸었으며, 교황은 총대주교의 연설이 있은 뒤에 그의 손 위에 존경의 뜻을 담아서 입을 맞추기도 했다. 이 역시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의 만남은 50년 전 당시 교황이었던 바오로 6세와 아테나고라스 총대주교가 900년 만에 회동했던 이래로 첫 서방과 동방 교회 지도자 간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교황은 24일 세례 요한이 예수에게 세례를 준 요단강에 들려 그 물에 축수하는 것으로 중동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요르단에 피난 온 시리아 난민과 이라크 난민을 만난 교황은 국제 사회에 시리아의 평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또한 많은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여준 요르단 정부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틀째에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의 구유 광장(예수의 탄생지)에서 공개 미사를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종식을 촉구했다. 교황은 베들레헴 미사 장소로 이동하는 도중 8미터 높이의 장벽 앞에 멈춰 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를 만난 자리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종식을 촉구하면서 '2국가 해법' 지지 의사도 밝혔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점점 더 받아들이기 어려워지는 이 상황을 끝내야 한다"며 "분쟁을 종식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국경 안에서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도록 모두가 용기를 가질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후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이동해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을 만나고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교황의 마지막 일정은 유대교 최고 랍비들과 회견한 뒤 통곡의 벽과 홀로코스트 기념탑 방문이었다. 통곡의 벽은 유대인들이 가장 거룩히 여기는 기도 장소로 그는 이곳에서 다시는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염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교황의 이번 중동 방문은 전임 교황들인 바오로 6세, 요한 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네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