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종교 간의 건전한 대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27일 한신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2014년 한신대 종교와 과학 학술대회'에서 장회익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기독교가 놓인 정황들을 고려해 볼 때, 과학과 종교 사이에 자연스럽고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지만, 종교와 과학이 대화를 통해 나은 '해법'을 찾는 것은 하나의 현명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신대가 주최로 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의 주관하고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돼, 주제강연과 각 섹션별 강의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종교와 과학의 대화 - 동아시아 문명의 맥락에서'라는 주제로 강의를 전한 장회익 교수는 "종교와 과학 사이에 실질적으로 어떠한 대화가 가능할까"라며 "'생명'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생각해보면, 생명 문제는 과학과 종교를 연결할 가장 긴요하고도 현실적인 고리가 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생명 문제는 특히 현대문명이 처한 생태적 위기와 직결된 것으로 이를 함께 풀어낼 적극적 자세를 지닌다는 것은 과학과 종교가 협력해 시대의 문제를 함께 대처해나간다는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장 교수는 종교와 과학이 서로의 기능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될 가벼운 대화에서 먼저 출발하고, 결과의 진정에 따라 이를 심화시켜 나간다면 이는 적절한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생명' 문제 등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시대적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 교수는 한국 기독교의 보수적 성향으로 볼 때, 이러한 종교와 과학의 논의는 힘겨울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기독교는 기복 종교의 색채가 진은 기층문화 계층을 중심으로 급격히 전파됐다. 그리고 이것은 곧 개인 영혼 구원과 현세적 안녕 위안을 위주로 하는 복음주의, 그리고 교리적으로는 근본주의적 성향과 맞물려 오늘 한국 기독교의 지평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보수적인 한국 기독교 환경에서 학문적 토의가 어려운 점들을 설명하면서 "근본주의적 기독교인들은 우주창조에 관한 창세기의 기사들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에 반대하는 견해에 격렬한 반대투쟁을 전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종교와 과학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장 교수는 순탄하지는 않지만 종교와 과학이 대화를 통해 지혜를 합쳐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의 문화 전통 안에는 일정한 학문적 노력에 의해 근원적 '물음'에 대해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통합적 '해답'을 찾아 나간 경험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를 위해 인위적으로라도 특히 학문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러한 대화를 유도하고 이것의 가능성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이에 필요한 교육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먼저는 과학과 종교에 대한 양쪽의 활발한 학문적인 논의가 전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