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한신대학교 도서관 북카페. 80여 명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의 글씨를 쓴 캘리그라피스트 박병철 작가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강연 내용을 촬영하며 꼼꼼히 메모를 하기도 한다.
이 날 행사는 박병철 작가의 북 콘서트로 한신대 중앙도서관이 마련한 문화 프로그램이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듀오 '좋은날'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 작가 및 객석과의 대화, 작가의 즉석 캘리그라피 사인회 및 포토타임도 마련됐다. 특히 럭비선수에서 캘리그라피스트가 되기까지의 진솔한 이야기는 학생들에게 큰 감명을 주는 등 알찬 시간이 됐다.
북 콘서트에 참여한 김기태(수학과 2학년) 학생은 "대학에서는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인문학적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며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가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요즘 대학 도서관의 모습은 학점과 취업에 필요한 외국어 점수, 자격증 등을 갖추기 위해 책과 씨름하는 학생들의 모습만 생각하면 안 된다. 대학 도서관들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건전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창의성과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 각종 문화행사를 펼치고 있다.
한신대는 이번 북 콘서트 외에도 개교 74주년을 기념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한 유순혜 작가의 그림전시회를 진행했으며, 오는 6월 18일까지 중앙도서관 북카페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펼친다. 뮤직 콘서트, 다큐멘터리 영화감상제, 그림전시회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진다.
가천대와 경상대 역시 북콘서트와 기획 전시회를 통해 활기찬 대학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천대 중앙도서관은 지난달 30일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한양대 교수를 초빙해 '책, 세상을 만나다. BOOK '공감' 콘서트'를 개최했다.
유 교수는 '시대가 원하고 내가 되어야 할 미래의 인재-당신은 브리꼴레르입니까?'를 주제로 특강을 했으며, 특강에 앞서 연기예술학과 학생들의 뮤지컬 레미제라블 수록곡 'Oh My Own' 등 뮤지컬 OST 공연도 펼쳐졌다.
경상대 중앙도서관도 '나도 이 책을 읽었더라면!-다시 읽는 베스트셀러'라는 주제의 테마 도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그림으로 읽는 生生 심리학', '몰입', '대한민국 2030 재테크 독하게 하라',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등 모든 분야에 걸쳐 2001년부터 2010년까지의 베스트셀러 305종이 전시됐다.
또한 나사렛대와 목포대도 도서관 이용 증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사렛대는 지난 2일까지 '학술정보관이 Book적 Book적'이라는 주제로 도서관 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기간 동안 나사렛대는 학생들이 읽고 싶은 수험 도서를 접수받아 구매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학술정보 활용교육, 독서클럽 운영, 연체자 회복 이벤트, 우수이용자 시상 등 다채로운 행사를 운영했다.
목포대도 최근 도서관을 '꿈의 궁전'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화기획전을 열고 목포대 출신의 젊은 작가들을 비롯해 광주ㆍ전남의 지역작가 작품들을 전시했다. 이를 통해 이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알리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밖에도 대전대와 인제대도 중앙도서관에 각각 '모바일 잡 카페'를 개발해 취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멀티미디어센터 내부 환경 개선을 통해 각종 수험 강의에서부터 국내외 교수들의 유명 강의 등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도록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
한신대 이일영 도서관장은 "단순히 도서 보존 및 대출ㆍ열람 기능에 국한됐던 도서관들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로 확대되고 있다"며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예술과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