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의 도래가 출판계의 위협이 아니었다. 인구의 노령화로 인한 '독자의 사라짐'이 출판계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문가가 지적했다.
22일 진행된 새가정 창간 6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움에서 '디지털 시대,위기인가 기회인가: 디지털 시대의 책을 둘러싼 '판타지' 바로보기'를 주제로 발제한 이현정 강사(서울북인스티튜트 강사)는 "전자책 혹은 e-콘텐츠(electronic-contents, 전자기기의-)'와 p-콘텐츠(printed-contents)는 상극의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며 "문화콘텐츠라는 보다 상위의 개념에서 조망할 때 '또 하나의 다른 시장'의 발견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혁신'의 대명사가 된 애플사, 그리고 애플의 모든 기술과 핵심가치가 집약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아이패드는 단순히 새로운 전자기기의 등장이 아니었다"며 "'문화'를 공급받고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말 그대로 '혁신'을 가져올 만한, 아울러 비지니스의 세계에도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한 아이템이라는 기대 섞인 예상이 공공연했다"고 했다.
또 "이런 공공연한 기대를 접하는 문화산업의 한 축으로서 출판산업계에는 과연 e-콘텐츠가 p-콘텐츠를 집어삼킬 만한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구체적으로 확인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현정 강사는 "진짜 위협은 디지털의 도래가 아니라 독자의 사라짐이다"고 했다. 그 이유는 '허탈하게도' 기존 독자의 노령화라고 했다. 거기에 신규독자유입 저조 또한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 18일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소장 박익순)가 주요 출판사 81곳과 대형 서점 7곳을 분석한 결과 작년 서점업계 1위 교보문고는 최근 4년 사이 처음으로 매출이 줄었고 영업이익은 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또 민음사는 전년 대비 매출은 11.3% 올랐지만 수익률 저하로 2003년 전자공시 이후 처음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그는 "기존의 독자 지키기와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존 독자를 지키는 측면에서는 사실 출판사들이 출판사 차원에서 독자 커뮤니티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독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특별한 멤버십 등 혜택을 주면서 회사에 묶어놓는 것이다"고 했다.
또 실버세대를 위해 큰 활자의 책을 내놓는 것을 들기도 했다. 그는 "독자들이 노령화되고 있는 것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로, 이는 유럽에서 내놓은 해법이다. 독일 같은 경우 큰 글자의 책들만 모아놓은 코너가 있다"며 "생산자들이 좀 더 용기를 내서 과감하게 투자하지 못하는 부분 중 하나이지만 콘텐츠 생산자 측면에서 염두해 볼 측면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성인을 위한 만화 시장 형성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뒀다. 그는 "만화라는 매체의 독자층을 어린이, 청소년 층으로 한정하지 않고 성인대상으로 높여서 보급하는 일이 생산자 측면에서 일어냐야 하는 일이다"며 "성인대상의 만화 시장은 영국, 미국, 유럽에서는 20~30년 전부터 형성돼있다. 프랑스에는 성인 만화 작품을 심사해 상을 수여하는 앙굴렘만화축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시장이 우리나라는 왜 형성이 안 되는걸까?"라며 물으며 팔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내 출판사가 성인대상의 만화를 들여오긴 했는데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꼽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독자의 눈높이와 보기 원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성인만화를 보급하는 일이 출판 기획자들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신규 독자 발굴'에 관해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관 운동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뤄지고 있는데 입시교육 위주로 가다 보니 이 운동이 파괴력 있게 세를 떨치기 힘든 결과가 빚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규독자가 발굴이 안되 고 있어 출판사 전체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 상황은 굉장히 심각한 것이다"며 "이 상황의 돌파를 위해서는 '읽기' 회복이 범사회적으로 일어나야 하고 서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유통채널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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