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혼, 아주 별난 현대미술…'당신은 날씨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 K1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같은 여성의 얼굴 100장이 같은 크기로 네 벽면을 빙 둘러 설치 돼 있다.

관람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걸어놓은 이 여성의 얼굴은 언뜻 보면 같은 표정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미세한 변화가 감지된다. 아이슬란드 온천과 수영장에 몸을 담근 이 여성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을 주시하는 듯한 느낌이다.

미국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로니 혼(59)의 '당신은 날씨다(You are the Weather)'란 작품이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연속 촬영해 같은 사진으로 볼 수 있지만, 여성 내면의 미묘한 감정을 포착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힘들의 고요한 기록이다.

사진 속 여성의 얼굴은 로니 혼이 30년간 촬영했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최근 3년간 찍은 사진들이다.

로니 혼은 "이 작품이 촬영되고 전시되는 방식으로 관객은 시선에 의해 응시하는 관음증적 상황에 놓인다. 당신은 당신을 주시하는 한 여성에게 둘러싸이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로니 혼의 작업은 날씨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주목한다. 20대에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뒤부터 아이슬란드의 빛과 자연, 물, 날씨에 내재하는 끊임없는 흐름을 포착하고 있다.

K3관에는 연두색 계통의 육중한 유리 주조 조각 6점이 들어섰다. 각 1t 무게인 이 작품은 거대한 물의 덩어리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로니 혼이 유리 작품에 붙인 제목들은 관객들에게 특정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성격을 드러낸다. '개들을 겁먹게 하는 햇빛의 변화들', '여자들만 거처했던 주거지 안의 달리 설명할 길 없는 불', '바람을 거슬러 나아가는 빛' 등이다.

로니 혼의 국제갤러리 개인전은 2007년과 2010년에 이어 세 번째다. 6월 22일까지 볼 수 있다.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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