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지만,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 촛불기도회'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과 구조과정에서 드러난 의혹들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조리한 관행과 부패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정의평화위원회와 인권센터가 주최한, 이날 촛불기도회는 앞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 시국기도회' 참석자들이 '십자가 행진'을 마치고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장 시국기도회는 향린교회에서 진행됐으며, 기도회와 '십자가 행진'으로 이어졌다.
촛불기도회는 김혜숙 목사(NCCK 양성평등위원회 위원장)의 인도로 암브로시오스 대주교(한국정교회)의 추모의 기도, 박종덕 사령관(한국구세군, NCCK 회장)의 '탐욕의 결과'라는 제목의 설교, 중보의 기도, 선언문 낭독, 박동일 목사의 축도로 진행됐다.
안주영 청년(기독교대한감리회 청년회 전국연합회)와 최애지 청년(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 전국연합회)은 '잊지 않고 행동하겠습니다'라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NCCK와 참석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지난 4월 16일 진도 앞 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모두를 극도의 슬픔과 분노에 빠지게 한 끔찍한 비극이었다"며 "이번 참사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경시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스란히 드러낸 대재앙이었다"고 분노를 표현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우리 사회가 어느 사이에 동기와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시하는 사회, 신자유주의 질서가 지배하는 무한경쟁의 사회, 맘몬 앞에 쉽게 굴복하는 사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공신화에 도취된 사회,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돌보지 않는 승자독식 사회, 친기업과 규제안화라는 미명 아래 국민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사회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교회를 대신해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는 국민 앞에 사죄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한국교회는 먼저 우리 사회가 이토록 죄악에 물들어가기까지 사회의 양심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가슴 아프게 자책하며, 슬픔을 당한 모든 이들과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무책임과 무능, 혼란의 극치 그 자체인 정부에 국민들의 슬픔은 끝없는 분노와 절망으로 변했다"면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민의 생명이 보호받지 못하는 모든 무능과 부패의 중심에 우리 정부가 있음을 통분한 심정으로 지켜봤다"고 세월호 사태 이후 느꼈던 감정들을 전했다.
참석자들은 먼저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 우선 돼야 한다고 밝히며, "통분한 현실을 즉시하게 됐다. 국가적 참사의 진실을 감추지 말고 드러내며, 의혹들에 대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관료집단의 부패와 무능, 무책임이 이 사건을 초래한 직접적 원인이었다"면서 "강자의 탐욕과 부당한 횡포로부터 일반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헌신해야 할 관료들이 부패한 집단들과 결탁해 개인의 이익을 탐하여 왔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를 절망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상 규명 ▲부패 관료 세력의 척결 및 관료집단의 강도 높은 개혁 ▲언론의 기능 회복 등을 거듭 촉구했다.
한편 대한문 앞 NCCK 촛불 기도회 앞서 이날 오후 향린교회에서 기장 교단의 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시국기도회 참석자들은 기도회 후, 십자가를 앞세우고 기도하며 '침묵 행진'을 펼쳤다. 이들은 향린교회를 출발해 서울 청계광장의 한신대 신학생 삭발단식농성장을 방문한 후, 대한문 앞 NCCK 촛불기도회 장소까지 이동했다.
특히 기장 박동일 총회장과 김영일 부총회장은 선두에서 '십자가 행진'을 이끌었으며, '십자가행진' 참가자들은 '침묵행진' 구간 중 한신대 신학생 삭발단식농성장에 찾아, 신학생들을 포옹하며 뜨겁게 격려하기도 했다.
#세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