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사건은 무책임한 한국 사회에, 무사유가 팽배한 한국 사회가 낳은 결과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권력자들의 소리에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지난 19일 저녁 대한문 광장에서 감리교시국대책위와 감리교평화학교는 "불어라 바람아 나는 바람개비가 될게"라는 내용으로 제2차 감리교비상시국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남재영 빈들교회 목사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바람을 넘어서 분노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우리 사회 전체로 확장시키는 바람개비가 오늘 우리가 되자"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기도에서 백인형 감신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4월 16일 우리는 세월호의 침몰을 보았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생명을 경시하는 사회라는 것을. 침몰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세월호 참사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사실을"이라며 "탐욕스러운 이전의 존재를 죽일테니 그리스도의 저항과 생명과 평화와 정의를 실현하는 존재로 우리를 부활시켜 주옵소서.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라는 예수의 말씀을 가슴팍에 세기고 유가족과 함께 하겠습니다. 우리를 통해 드러나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우리를 통해 드러나는 그리스도의 저항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다음으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기도에서 강희성 감청동우회 총무는 "주님의 이끄심을 따라 오늘 우리가 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약한 자의 편에, 정의의 편에 서라고 우리를 끊임없이 이끄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여 행동하는 신앙인들이 되게 하옵소서"라며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우리 기독교인들이 될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또 고난 당하는 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기도를 통해 윤정미 목사(중앙연회 여교역자회)는 "하나님, 피폐해져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을 위해 기도합니다. 돈과 효율성만을 쫓으며 생명도, 안전도, 최소한의 규제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평화와 생명을 위해 애쓰는 이들의 기도를 들어 응답하여 주옵소서. 오늘 우리는 2000 여년 전 골고다에서 생명을 빼앗긴 예수의 모습을 또 보게 됩니다. 이 사람의 피에 대해 나는 무죄하다고 하는 빌라도도 여전히 우리 앞에 있습니다. 약자들이 삶의 권리를 빼앗기고 생명까지 빼앗기는 이 땅을 고발합니다"라며 "이번 세월호의 사건은 무책임한 한국 사회에, 무사유가 팽배한 한국 사회가 낳은 결과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권력자들의 소리에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일어서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이어지는 현장 증언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대변인인 유경근 성도가 증언을 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이후 유가족 대책위원들이 팽목항으로 대책을 마련하러 내려가게 되어 참석할 수 없었다.
이에 유경근 성도의 동생인 유홍근 목사가 대신 전하게 됐다.
유 목사는 "지금 여러분이 가장 집중해서 기도해주셔야 될 기도 제목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실종자들을 위한 기도다. 팽목항에서 다가오는 무게감이나 위기감이나 그 간절함이라고 하는 것은 여기서 제가 아무리 전달하려고 해도 전달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은 지금 죽어가고 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그런 상황인데, 기도해달라"며 "서울에도 분향소가 있지만 안산에 분향소에 그리고 유가족 대기실 안에 지금도 많은 가족들이 거주하면서 많은 이들이 같이 하고 있는데 잘 안된다. 안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들 역시 많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또 "마음을 모아주시는 일들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며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실종자들이 마지막 한 명까지 돌아올 수 있는 그것이 지금 여러분들이 하셔야 되는 유일한 기도 제목이라고 생각된다"고 권했다.
두 번째 현장 증언에서 이종건(감신대 도시빈민선교회) 씨는 "국민 안전을 내걸어 놓고 한편으로는 규제 완화를 외치는 두 얼굴, 그 가식적인 두 얼굴이 결국 세월호를 야기시킨 것이 분명합니다만, 누가보아도 이 책임관계가 분명합니다만, 청와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수만명의 촛불 양심 앞에서도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행동할 것이다. 아이들의 죽음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예수 때문에 죽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스스로의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예수님은 탄압받고 억압받았던 민중 때문에 죽으셨던 예수님이시다. 그렇다면 우리도 탄압받고 억압받는 민중을 위해 죽어야 한다. 죽을 수 있는 신학생이요, 목회자요, 평신도이다"라며 "우리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말고 세월호 앞에 해야할 일을 하는 그리스도인으로 바로 서자. 이제 더 이상 예수의 이름을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예수를 위해 죽을 수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자"고 전했다.
박덕신 목사(수유교회 원로 목사)는 <검은 그림자를 비춰주오>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박 목사는 "이 정부는 과연 올바른 영성과 지성을 지니고 있나? 거룩한 지성과 영성을 상실한 인간은 야만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자연의 피조물은 고통을 당하고 괴로워한다. 그러기에 자연의 피조물들도 하나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학수 고대하지 않는가"라며 "한국 사회의 역사 의식과 부패 지수는 바닥을 기고 있다. 교회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한국 교회에서 예언의 메시지는 점점 사라져가고 거짓 예언자들이 이 정부에게 아부하고 아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금은 맛을 잃었고 부패 방지력이 약화되었다. 이제 교회의 말을 아무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책임이 참회를 모르는 한국 교회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승객들을 배에 둔 채 먼저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들은 살인과 같은 행위라고 질타했다. 바른 말, 옳은 말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제 눈에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 탓만 한다. 청와대는 위기 관리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했다. 자신을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리사욕에 찌든 세월호의 업주와 책임을 방기한 승무원들의 모습이 박근혜 정부의 모습이 아닌가. 세월호의 참상은 축소판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우리 감리교인은 '바람을 품은 바람개비'로서 선언한다"면서 ▲진실을 은폐하고, 자본의 논리에 휘둘려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박근혜 정권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억울함과 슬픔으로 가득한 유가족들의 편이 되어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유가족들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대하겠다. ▲맘몬의 방식으로 작동되는 삶의 자세를 회개하고, 우리의 삶과 교회에서부터 생명과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새롭게 일구겠다고 선언했다.
'바람개비'가 된다는 것은 이 일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추모의 표현이며,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자가 처벌되길 간절히 바라는 유가족들의 편이 되겠다는 선언이다. 또 다시금 이 땅에 하나님의 생명과 평화가 회복되길 염원하는 신앙적인 결단이다.
한편, 이날 감리교비상시국기도회는 비상시국기도회에 이어 거리 행진(대한문 광장~세종문화회관 앞), 다음으로 마무리 기도회로 행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