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최근 열림교회(기장)에서 인문학 아카데미 '영화로 현대인들의 심리를 보다'를 개최했다.
인문학 아카데미는 5회에 걸쳐 진행된다. 매주 금요일 마다 진행되며 이날 강의는 세 번째 강의였다. 강사로는 김태형 작가가 맡았다.
심리학자인 김 작가는 영화에 깊이 심취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무의식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에 대해서 분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김 작가는 "그 무의식을 잘 캐치해 나아가면 우리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NCCK 교육훈련원은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본 강의에서 나오는 다양한 영화의 예를 통해 영화를 시청하며 본인의 마음 깊은 곳에 내제되어 있는 다양한 심리상태에 접근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내면에 숨겨둔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하는 영화 속에서 본인과 닮은 영화의 인물과 스토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고 스스로 답을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날 김 작가는 매트릭스와 도가니, 두 개의 영화로 개인의 심리를 이야기했다.
먼저 매트릭스를 보면 모피어스와 네오는 이렇게 대화한다.
모피어스는 "통제야. 매트릭스는 컴퓨터가 만든 꿈의 세계야. 우릴 통제하기 위한 거지"라고 말하고 이에 네오는 고통에 겨워 몸부림치며 "불가능해!"라고 하며 모피어스는 "믿기 쉽다고는 안했어. 진실이라고만 했지"라고 하고 네오는 이에 "그만해!"라고 말한다.
이는 진실이 주는 정신적 충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 작가는 "굳건하게 믿어왔던 신념을 송두리째 뒤집어엎는 충격적인 진실을 접하면 누구라도 커다란 고통을 겪기 마련"이라며 "네오도 처음에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이 있는데, 이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나사를 한 개씩 4분의 1씩 돌리는 것과 같은 아주 단조롭고 지루한 작업을 시킨다. 이들에게 자기가 했던 작업이 아주 재미있었다고 다른 실험 참가자들(똑같은 작업을 수행하기로 되어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도록 유도한다.
그 다음 A그룹은 거지말을 한 대가로 1달러, B그룹은 20달러를 받았다. 작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묻고 이에 A그룹은 "아주 재미있었다"고 말하고 B그룹은 "재미없었다"고 답한다.
김 작가는 인지부조화를 자기합리화로 해결하는 것은 마음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내면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경우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다"라며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이차적인 고통을 야기할 경우에도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다. 엄격히 말하자면 진실 그 자체가 주는 고통이라기보다는 진실에 뒤따라야 하는 삶이 주는 고통"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건강한 사람은 자기합리화를 하지 않는다"며 "네오처럼 고통을 이겨내고 불편한 진실을 수용하며 그 진실이 요구하는 고난의 삶까지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도가니는 2009년 출간된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2005년, 광주 인화학교라는 청각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진 실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강인호는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 영악하게 세상살이를 하지도 못하는 루저로 나온다.
학교 은사의 소개를 받고 청각장애인학교인 자애학원에 들어간다. 강인호는 아이들이 교사와 교직원에게 무차별하게 학대를 받고 있었고 교장이라는 자는 여자 이이들을 성폭행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강인호는 생존이냐, 양심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민수를 외면한 채 교장실에 들어가 화분을 바치면 출세의 길로 갈 수 있고, 교장실 문 턱을 넘지 않고 뒤돌아서면 루저의 삶이 그를 기다리고 있게 된다. 강인호는 양심의 처절한 절규를 느낀다.
김 작가는 "영화의 결말은 불의가 승리하고 정의가 패배하는 것으로 끝맺는다"며 "우리를 몹시도 쓸쓸하고 우울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한편, 23일에는 '마음 安 힐링커뮤니케이션 센터' 안진희 대표와 함께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상처와 기억들을 힐링하는 시간을 갖고 마지막 30일 저녁에는 '대전콰이어핸드벨앙상블팀'의 아름다운 핸드벨 공연으로 서로 소통하며 하나 되는 기회를 갖는다.
NCCK 교육훈련원은 "앞으로도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인문학 아카데미를 여러 교회들과 함께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