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콘(INTERCON) 2014'는 2013년 100주년을 맞이한 WEC국제선교회가 다음 100년을 나아가기 위한 첫 전략회의입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모인 것은 WEC 내에서도 한국 선교사들이 많아졌고, 한국 선교사의 리더십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이제 선교의 큰 그림을 가지고, 본국의 선교 지도자, 행정가 등을 길러내 한국 선교 지도자가 WEC뿐 아니라 세계선교에 더 이바지할 수 있도록 기도와 후원을 계속해주면 좋겠습니다"
WEC국제선교회의 국제지도자 연합전략회의인 인터콘(INTERCON) 2014' 참석차 방한한 루이스 서튼(Louis Sutton) WEC 국제총재는 19일 오후 1시 인천 송도 한국뉴욕주립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교회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교회와 사람을 동원해 전세계에서 교회개척을 통해 세계선교에 크게 이바지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한국교회는 선교지에서의 교회개척에 중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두 번째 시대"라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선교 리더십이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며, 선교사 멤버케어, 위기관리, 선교사 자녀(MK) 사역 등 본국의 선교 리더십 개발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WEC국제선교회는 캠브리지 7인 중 한 명인 찰스 스터드(C.T. Studd)에 의해 1913년 영국에서 시작된 복음주의 초교파 국제선교단체다. 4년에 한번씩 WEC 국제 지도자와 선교지 주요 지도자 등 약 2백여 명이 모여 선교회의 방향과 주요 안건을 결정하는 인터콘을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220여 명이 모여 '영광스러운 유일한 소망'(One Glorious Hope)을 주제로 19일부터 30일까지 한국뉴욕주립대학교에서 열리고 있다. 특히 이번 인터콘은 과거 피선교국이었으나 현재는 선교사 파송국으로 전환되고, WEC국제선교회의 50여 개의 선교사 파송국 중 비서구권 선교사 파송국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되는 대회다. 한국WEC국제선교회는 총 2천2백여 명의 WEC 선교사 중 420여 명을 파송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루이스 서튼 국제총재와 허만 스프롱크(Herman Spronk) WEC 동아시아 태평양 권역 대표, 박경남 WEC한국본부 대표가 참여했다. 의사 출신인 루이스 서튼 국제총재는 아프리카 차드에서 13년간 미전도종족을 섬긴 후 WEC미국본부 대표를 역임했으며 3년 전부터 싱가포르 국제본부에서 국제총재로 활동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허만 스프롱크 대표는 석유회사에서 일했으며, 스코틀랜드의 선교사 훈련대학을 마친 뒤 일본 WEC 선교사로 15년간 사역했다. 이후 12년간 WEC네덜란드본부 대표를 역임했다. 역시 의사 출신인 박경남 선교사는 서남아시아에서 5년간 의료사역을 한 후 WEC한국본부에서 부본부장으로 3년간 섬기며, 선교사 케어와 훈련 사역을 담당하고 2011년부터 한국본부장으로 섬기고 있다.
현장에 맞는 미전도종족 복음화 전략 찾아야
지난 100년 간 미전도종족 복음화와 교회개척, 선교사 동원 사역에 집중해 온 WEC국제선교회는 이날 한국교회의 미전도종족 선교와 관련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루이스 서튼 국제총재는 "여호수아프로젝트에 의하면 아직 전세계에는 6천여 개의 미전도종족이 남아있다"며 "교회가 그 중 한 종족을 정하여 인터넷과 '세계기도정보'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기도하고, 선교사를 보내면서 새로운 선교의 열정과 비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전도종족 선교 현장에서 부딪히는 장벽에 대해 "많은 미전도종족이 매우 고립된 지역에 있고, 정부가 입국을 막고 있어서 접근이 힘들다"며 "그래서 새롭게 선교지를 개척할 때 정부도 원하는 사업가로 들어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하는 분 중에도 선교의 비전과 열정을 가진 분들이 많다"며 "신학교 졸업생뿐 아니라 여러 기술, 전문직을 가진 사람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선교사들의 입국이 어려워진 반면, 현지인들이 전세계로 나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프롱크 대표는 현지인들의 '의존성 문제'를 꼽았다. 현지 문화,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돈과 건물, 사회기반시설 등 선교사의 입장에서 돕는 방식이 오히려 현지인의 의존성을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태풍이나 지진 등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적극 도와줘야 하지만, 선교에서는 현지인들의 의존성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하고 사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최근 현지인에 의한 선교를 많이 이야기 한다"며 "이러한 방법은 하나의 종족으로 이뤄진 나라라면 괜찮지만, 많은 종족이 모인 나라의 경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전쟁을 겪었거나 적대 관계의 종족이라면, 가까운 현지인 선교사에 의한 복음전도보다 때로는 먼 곳에서 온 선교사가 복음을 전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경남 선교사도 "우리가 직접 미전도종족에게 가지 않고 현지인 선교사를 보내는 방법이 손쉬울 수 있고, 사역도 잘 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선교 현장을 조사하고 실행에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반복하지 말아야 할 실수는…
WEC국제선교회의 장점과 함께 한국교회가 반복하지 말아야 할 '실수'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얘기했다. 루이스 서튼 국제총재는 "WEC은 리더십이 평행구조를 이루고 있다"며 "필요에 따라 선교현장, 권역, 파송본부에서 각자 결정하고 움직이는 등 각자 맡겨진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실행해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총재로서 하는 일은 WEC의 8개 권역 책임자에게 영감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며, 현장 선교사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뜻을 묻고, 그 뜻에 맞춰 가는 방향성을 찾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튼 국제총재는 또 "우리의 실수담을 이야기하려면 시간이 모자란다"며 "작년 10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콩고에 갔을 때 설립자인 찰스 스터드 선교사가 콩고 교회를 세우고 성장시키는 데 실수한 것을 발견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복음에 대해 열정이 뜨거웠던 스터드 선교사가 특별히 선교 재정에 대해 비즈니스를 수용하지 못하고, 오직 기도를 통해 얻는 '믿음 선교'를 강조하면서 콩고교회 내 신실한 신자는 목회자가 돼야 하고, 사업가가 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심겨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것은 선교지에서 하나의 언어로 된 성경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각 종족어로 된 성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리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니 콩고 신자들도 감동을 받았고,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스터드 선교사가 사역한 콩고교회는 현재 콩고 기독교 교단으로 성장했고, 100주년 기념 행사 때는 1만 여명의 성도가 참여했다. 콩고 기독교 교단장 모디발 아윌링가타(Modibale Awilingate) 목사는 이번 인터콘에서 주강사로 말씀을 전한다.
한국교회가 WEC 선교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허만 스프롱크 대표는 팀사역을 꼽았다. 그는 "사도바울도 아덴을 제외하고 계속 현장의 선교팀 사역을 통해 교회를 세웠고, 두어 번 정도만 성령의 계획을 따라갔다"며 "과거에는 파송교회가 현장 사역을 결정해주었다면, 지금은 선교지에 가서 일하는 팀이 사역을 결정하고 일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전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요즘에는 의사소통과 네트워크가 워낙 잘되기 때문에 교회도 선교지를 잘 알지만, 여전히 현장 팀에서 결정하는 현장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콘 2014, 선교 환경 변화에 따른 방향 모색
한편, 지난주 12일부터 17일까지 같은 장소에서는 40여 명의 WEC 핵심 리더들이 구체적인 회의 안건과 방향을 확인하는 국제조정위원회(Coordinating Council)를 열고 미전도종족에 더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논의했다. 그 중 하나가 영어 때문에 생기는 선교사 허입 장벽을 낮추기로 한 것이다. 과거 WEC국제선교회는 영어가 준비되지 않은 선교사에게 3년간 영어 훈련을 받도록 했으나, 앞으로는 사역팀이 사용하는 현지어를 할 수 있으면 바로 팀멤버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의사결정을 위한 행정시스템의 간소화 방안도 논의했다.
그 동안 피선교지로 여겨지던 제3세계에서의 건강한 현지인 사역자와 선교자원을 적극 동원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박경남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개척된 교회에서도 선교 헌신자가 나오면서, 이들이 다른 파송국에 가지 않고도 WEC 선교사로 들어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며 "100년의 선교 역사를 지나오면서 현지에 개척된 교단과 좋은 선교사 자원이 많은데, 그들과 함께 동역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또 "패트릭 존스턴 선교사가 말한 것처럼 지금은 모든 곳이 선교지이고 모든 곳에서 선교사가 나오고 있다"며 "이를 적극 수용해 선교회의 선교사 선발 과정을 변화하기로 한 것"이라며 "현지인 사역자들이 미전도종족에 가서 선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함께하는 선교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사역 언어와 선교사 멤버십에 관한 논의는 1~2년 내 실행될 예정이며, 행정시스템 간소화 등은 향후 3~4년 간 토론과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