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술원(원장 이종윤 박사) 제45회 공개 세미나가 '한반도 자유.정의.평화와 통일을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입장'을 주제로 19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진행됐다.
이날 '정치적 국제적 입장'을 주제로 발제한 류우익 박사(전 통일부 장관, 통일생각 이사장)는 "저는 분단세대로 태어난 지리학자로 대학 3학년 때 정부에 '국토통일원'이 설립되는 것을 보고 이 길을 가자고 결심한 이후로 지금까지 분단과 통일을 위해 배우고, 연구하고, 가르치고 봉사하는 길을 걸어오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2011년 통일부장관 취임 직후에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의식을 조사해 보았더니 대략 2/3 정도가 통일에 대해 긍정적이었다"며 "그러나 통일의 주역이 되어야 할 청년층의 통일의식이 기대와는 달리 국민 평균치를 훨씬 밑도는 사실에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통일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정치의 제1아젠다 임이 틀림없지만 통일의 가능성에 이르면 생각이 엇갈린다"며 "'통일이 쉽게 되겠느냐?', '통일이 언제 될지도 모르지 않느냐?'에 이르기까지 통일회의론은 우리 사회에서 의외로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청년층의 통일의식이 소극적이고 통일의지가 약해 보이는 것과, 사회지도층이나 정치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단법인 통일생각은 2년 전 제가 장관으로 제직하고 있을 때 출범한 통일을 준비하는 민간단체인데 세상에는 '통일항아리'로 알려져 있는 통일기금을 모으도록 정부로부터 인가된 단체이다"며 "이 일을 위해 나섰을 때,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만난 다수의 인사들은 오히려 저를 만류하는 쪽이었다"고 했다.
류 박사는 "'내가 대학에서 30년 동안이나 도대체 무엇을 가르쳤던가!' 탄식의 끝에 틈나는 대로 강연에 나섰다"며 "'류우익의 통일준비론'을 서울과 지방의 일반대학은 물론이고 방통대, 육사, 해사, 공사, 삼사, ROTC 중앙회, 경찰학교, 시민단체, 공기업을 가리지 않고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고 했다.
그는 "공직에 있을 때 62회, 퇴임 후에25회 했다"며 "이 발표가 88번째 '류통준'이다"고 했다.
류 박사는 "무슨 일을 하거나 'must'나 'can'보다 중요한 것은 'will'이다. 행위주체의 의지가 당위나 능력보다 중요다는 말이다"며 "우리가 하겠다고 행동으로 나서지 않으면 통일은 되지 않는다. 설령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바라는 그런 통일이 아닐 것이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특히 젊은이들이 이러한 생각, 즉 통일에 대한 의지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기성세대는 그것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가 통일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나서는 것이 먼저이다 그래야 미국도, 중국도 결국 우리 옆에 서게 될 것이고, 북한 주민도 희망을 가지고 움직이게 될 것이다"며 "그런 의미에서 관건은 국민의 통일의지를 결집시켜 동원하고 내보이는 데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준비'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통일정책은 통일을 추진하고 준비하는 정책이 주가 되어야지 그렇지 않고 북한과 대화하고 교류협력하는 일이 주가 되면 안된다"고 했다.
그는 "두가지는 얼핏 보아 비슷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며 "전자가 통일정책이라면 후자는 분단관리 내지 현상유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물론 북한과 잘 지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며 "지금처럼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도발하고 긴장을 조성하면 통일의 길은 우리의 의지에 관계없이 막혀버릴 수가 있다. 거기에는 분단고착의 함정이 있음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 박사는 "제가 장관에 취임한 후 바로 정책의 기본을 분단관리가 아닌 통일준비에 두기로 하고, 다섯 가지 실천대안을 제시했다"며 통일의지 결집, 통일기금 조성, 통일외교, 북한 주민 포용, 통일국가의 법제도를 제시했다.
특히 '북한 주민 포용' 정책에 대해 그는 "북한정권은 변하지 않더라도, 북한주민은 결국 변한다. 이들이 남한 사회에 대해 적개심이나 두려움을 갖지 않고 통일을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직간접의 여러 방법으로 알리고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 중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이 땅에 이미 와있는 북한이탈주민을 감싸 아는 일"이라며 "직장에서, 학교에서, 지역사회에서, 이들이 건강한 이웃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가장 인도적이고 가장 피부에 와 닿는 통일준비이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매달 200명 내외의 북한주민이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 누계는 작년에 이미 2만5천을 넘었다"며 "이 2만5천의 탈북민을 따뜻이 끌어안지 못하고는 북한주민 2천5백만을 끌어안을 길이 없다"고 했다.
류우익 박사는 "통일준비는 남북관계라는 일의 특수한 성격상 정부가 주도하지만 민간이 함께 해야 효과가 난다"며 "민관이 함께 해야 할 일차적인 과제는 국민의 통일의지를 결집시켜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전반적인 통일준비의 흐름을 이끌어내는 데에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깨어있으라'고, '맞이할 준비를 하라!(마 24:42-22)고 하셨다. 딴전피우거나 잠자고 있으면 기회가 지나가 버린다"며 "나 하나 깨어있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옆사람도 깨우고 그 옆에 있는 사람들도 설득해서 함께 준비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자리에 있든지 그저 형편대로 성심을 다해 힘을 보태자"며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기도에 멈추지 말고 내용을 전파하자"고 했다.
류 박사는 "우선 가까운 주변에서부터 시작하자"며 "우리 아들딸부터 통일회의론에서 꺼내고 교회와 직장, 이웃에서도 모두 깨워서 통일준비에 동참하도록 설득하자"고 했다.
그는 "이것이 현 시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한국교회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통일정치에 대한 기대역할이다"며 "먼저 우리가 성심을 다하고 나면,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임을 믿는다"고 했다.
강연에 앞서 진행된 경건회는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원로, 학국기독교학술원 이사)의 인도로, 이광순 목사(주안대 총장, 한국기독교학술원 정회원)가 기도, 림인식 목사(노량진교회 원로)가 '한반도 자유. 정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입장'(눅 10:30-37) 설교, 이흥순 장로(한국기독교학술원 이사장)가 인사, 림인식 목사가 축도했다.
설교를 통해 림인식 목사는 "야곱은 형과의 화해를 위해 하나님께서 물질적인 복을 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낌없이 형에게 물질을 부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교회 입장에서 선한 사마리아인과 야곱처럼 물질보다 화평이 더 중요하다고 절실히 느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2000조에 달하는 물질을 서독이 동독에게 주었다. 특히 서독 교회가 많이 도왔다"며 "하나님께서 북한의 굶주림을 살려 주라고 남한의 급속도 경제부흥을 주셨다고 믿는 동시에 북한 동포의 영육을 살리기 위해서 우리의 모든 물질을 쏟아붓는 것이 마땅한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또 그는 "가장 큰 선물은 복음이다"며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이념적 통일 모두 힘써야 하는 일들이다. 그러나 복음적 통일에서만 아름다운 위대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음적 통일은 교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절대적 사명이다"며 "한반도의 자유, 정의, 평화, 통일을 바라보는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실천하는 것이 (강도 만난 이웃을 도운)제2의 사마리아 사람이 되는 것에서 온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와 같은 다짐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날은 '성경적 신학적 입장'(이종윤 박사, 김영한 박사), '정치적 국제적 입장'(류우익 박사, 이정훈 박사), '사회적 군사적 입장'(손봉호 박사, 박용옥 박사)을 발제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