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리 회심기념 및 제5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 공동학술대회 가 '종교개혁과 존 웨슬리: 종교개혁의 다양성'을 주제로 17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우석기념관 강당에서 130여명의 신학자들과 관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자유의지와 노예의지, 그 분기점으로서 웨슬리의 선행은총론'을 주제로 발표한 장기영 교수(서울신학대학교 조직신학)는 "루터는 원죄와 인간의 전적타락 교리로부터 인간은 구원과 선행에 무능하다는 노예의지론을 끌어내고, 구원과 거룩한 삶 여부를 하나님의 결정(예정)으로 돌리는 논리를 이끌어낸다"며 반면에 "웨슬리는 원죄와 인간의 전적타락에서 루터와 일치하지만, 선행은총이 인간의 선택의 자유를 회복시켰기 때문에 구원이 예정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두 신학의 차이를 만드는 요소로서 웨슬리의 선행은총론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루터의 신자 묘사에는 세 가지 대조가 나타난다. (1)신자는 '그리스도 안에서' 의인이지만 자신의 본성으로는 죄인일 뿐이다. (2)신자는 미래에 의롭다 하실 하나님의 약속에서는 의롭지만 실제로는 죄가 가득하다. (3)성령이 신자의 의지를 다스릴 때는 의롭지만, 자기 의지로는 죄의 노예일 뿐이다"고 소개하며 "루터에게는 신자라도 자기 자신의 의지로는 죄의 노예일 뿐이다"며 '노예의지'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지의 노예성 강조는, 카톨릭의 공로사상이 인간의 능력에 대한 신념 위에 세워진 것을 간파하였기에, 자유의지를 부인함으로써 공로사상을 무너뜨리려 한 것이다"고 했다.
인간론, 기독론, 성령론, 구원론, 기독교 윤리에 대한 루터와 웨슬리의 신학에 대해 비교한 이후 장 교수는 웨슬리의 '선행은총'에 대한 어원부터 선행은총론의 원천, 성경적 근거 등을 소개했다.
웨슬리의 '선행은총', '칭의' 이전에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
그는 "어원적으로 '선행하는(Prevenient)'이라는 말은, '이전에(before)'를 의미하는 라틴어 prae 와 '오다 (to come)'를 의미하는 venire 에서 유래하였다"며 "선행은총은 ~ 보다 먼저 오는 은총, 혹은 ~ 이전에 주어지는 은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웨슬리 신학에서 선행은총 개념은 첫째, 협의적 의미로 선행은총은 '칭의' 이전에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의미한다"며 "협의적 선행은총을 매덕스는 '칭의 이전에 타락한 인간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관련된 교리라고 설명한다. 선행은총은 하나님의 사랑이 칭의 이전부터 부어진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그 자체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회복은 아니지만, 회복을 위한 하나님 역사의 '시작'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둘째, 광의적 의미로 선행은총은 '은총의 선행(Prevenience of grace)' 즉 '신앙의 가장 초기적 표현에서부터 성화의 가장 높은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익한 인간의 결정 및 행위는, 그것을 행할 수 있도록 먼저 능력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기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견해는 하나님의 은총이 칭의 이전부터 역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칭의 이후 성화의 과정에서도 하나님께서 신자를 돕기 위해 먼저 능력을 부어주신다고 보는 관점이다"고 했다.
덧붙여 "웨슬리는 자신의 글에서 '선행은총'이라는 용어를 명시했을 때 주로 '협의적' 의미를 지칭할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웨슬리의 글 전체에는 하나님의 '은총의 선행'개념이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웨슬리 선행은총론의 원천, 성경·고대와 중세 신학·16~18세기 영국 개신교 신학·퀘이커 신학자 로버트 바클레이
웨슬리 선행은총론의 원천으로 장 교수는 "요1:9, 6:4, 12:32절, 행10장과 롬2:14-16절과 같은 신약성경 구절들이 선행은총을 암시한다"며 "맥고니글은 웨슬리는 '성경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선행은총론을 통해 구원에서 하나님의 주도권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응답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하게 되었다고 바르게 말한다"고 했다.
이어 장 교수는 "고대와 중세 신학으로 동방교부들에게서 그 개념이 나타나며, 서방 신학자들 중에서는 어거스틴이 『자연과 은총』 (De natura et gratia) 에서 '선행은총' 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선행은총과 뒤따르는 은총의 관계를 다루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국교회와 청교도 및 장로교 신학자들을 포괄하는 16~18세기 영국 개신교 신학의 영향이 결정적이다"며 "영국국교회 39개 신조(제10조)는 구원에서 은혜의 우선성 및 지속성에 관한 선행은총 교리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영국국교회의 공동기도서 역시 구원의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앞선다는 광의적 선행은총 사상을 담고 있다"며 "웨슬리는 선행은총을 양심, 창조를 통한 계시, 성령의 깨우치심 등으로 설명한 16-18세기 영국 개신교 신학자들로부터 선행은총의 기본 개념, 용어, 성경 해석의 근거를 물려받았다"고 했다.
장 교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출처는, 퀘이커 신학자 로버트 바클레이(1648-1690)이다"며 "웨슬리가 발췌하거나 인용한 바클레이의 글은 원죄의 교리, 그리스도의 보편적 속죄를 바탕으로 성령의 빛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임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저항함으로써 유익을 얻지 못할 가능성 및 바르게 반응하여 구원으로 나아갈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락한 인간은 "전혀 선이 없고", "전적으로 부패"했으며, "마음의 생각이 지속적으로 악할 뿐"이다.48) 타락의 결과로 죽음과 무지와 실수, 영적이고 육적인 죽음이 인류에게 보편적인 것이 되었다.49)
선행은총, 이방인에게도 비치는 빛... 성령의 열매 이전의 예비적 '맛봄'
장 교수는 '웨슬리가 선행은총론의 근거로 삼은 주요 성경구절과 그 해석'에 관해 언급하며 "첫째, 롬 1:19-21절이다"고 했다.
그는 "이 구절을 웨슬리는 '이방인들도 하나님의 영원한 능력과 신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을 만큼의 빛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고 말하며 "이 빛은 전적으로 타락한 인간의 원천에서는 나올 수 없는 빛으로, 하나님만이 주시는 빛이다"고 했다.
이어 둘째로, 롬 2:14-15절을 소개했다. 그는 "웨슬리는 외적 율법을 받지 못한 이방인의 마음에 자연법이 새겨진것은 '돌판에 십계명을 새기신 바로 그 (하나님의)손에 의해서'라고 했다"며 "웨슬리는 양심을 통한 선악의 분별, 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책을 선행은총의 역사로 보았다"고 했다.
그는 "셋째로 웨슬리는 갈 5:22-23절에 나오는 성령의 열매들에 대해 구원 받고 성령 충만한 신자들은 '두려움과 의심' 없이 확고하고 '끊임없이' 성령의 '진정한 열매'들을 누리지만, 구원받기 전의 사람들도 선행은총을 통해 그 열매를 '어느 정도는' 누린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덧붙여 "성령의 열매의 예비적 '맛봄(foretastes)'을 웨슬리는 그것에 안주하게 하시기 위함이 아니라, 더 큰 은혜 즉 '진정한 열매'를 사모하여 구원과 참 성결로 나아가게 하시기 위한 선행은총으로 보았다"고 했다.
이어서 든 성경근거는 눅 10:42절이다. 장 교수는 "웨슬리는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의 '이해를 가져가시지 않고 밝히고 강화하시며,' 인간의 '감정을 파괴하지 않고,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하시며', 무엇보다 인간의 '자유 즉 선악간에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제거하신 후 인간에게 '강제력을 행하시지 않고' 마리아처럼 더 좋은 편을 택할 수 있도록 도우신다고 했다"며 "웨슬리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진 선택의 자유를 선행은총으로 본 것이다"고 했다.
다섯째는 빌 2:12-13절이다. 그는 "이 구절로 웨슬리는 광의적 선행은총의 원리를 설명했다"며 "'선을 이루려는 생각조차 위로부터 오는 것이고, 그 선을 끝까지 행할 능력도 위로부터 오는 것' 이라는 말을 통해서는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한다면, '하나님께서 일하십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일할 수 있습다. 다음으로, 하나님께서 일하십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일해야 합니다'라는 말로는 인간의 책임도 함께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님께서 은혜로 '선한 의욕'과 '선한 동기', '선을 끝까지 행할 능력'을 위로부터 부어 주시는 이상, 성도는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고의로 저지른 불순종'에 대해 '거짓 겸손'으로 '변명'할 수 없고, 성도는 오히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섯째는 요 1:9절이다. 장 교수는 "웨슬리는 '만약 사람이 방해하지 않으면 빛은 점점 더 빛날 것'이라고 했다. '방해하지 않으면' 또는 '성령을 소멸시키지 않는다면' 등의 표현은 선행은총이 보편적인 은혜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로 신앙 이전의 사람들의 도덕성과 영성 및 신앙의 수용에서 '상당한 차이(considerable difference)'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해답이 된다"고 했다.
선행은총, 칼빈 일반은총 차이..."일반은총 회개와 연결되는 것 예정된 자에 한해"
장기성 교수는 "콜린스는 웨슬리가 가르친 선행은총을 통한 혜택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며 "하나님의 속성에 대한 기본 지식, 도덕법에 대한 각인, 양심, 은혜로 회복된 어느 정도의 의지의 자유, 악의 제어이다"고 했다.
그는 "구원 이전의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은혜라는 점에서 웨슬리의 선행은총은, 루터의 자연법(시민법)을 통한 창조의 보존 개념과 유사하고 더 널리 알려진 칼빈의 일반은총 개념과도 유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핫지(Charles Hodge)는 일반은총을 '모든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미치는 성령의 영향'으로 정의하고, '성령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현존하셔서, 악을 억제하고 선을 격려하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종교와 그 규례들에 대한 관심만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질서와 예절과 덕은 모두 성령의 현존과 영향 때문이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핫지의 설명을 바탕으로 두 은총을 비교해보면, 둘 모두는 성령의 사역을 통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은혜라는 점과 양심을 통해 악을 제어하고 선행을 자극하는 유익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며 "그러나 차이점은 회개로 인도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주어진 선행은총에 비해, 일반은총이 회개와 연결되는 것은 예정된 자에 한해서이다. 예정 받지 못한 자에게는 일반은총이 회개와 상관없다. 선행은총은 사람의 의지에 인격적 응답 능력을 부여하여 구원의 초청에 응답할 책임을 부여하지만, 일반은총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웨슬리, "어떤 사람도 루터 주장처럼 무능하고 끔찍한 상황 속에 있지 않다"
덧붙여 장 교수는 "크로포드에 따르면 웨슬리의 원죄론은 어거스틴적인 것이며, 콜린스에 따르면 웨슬리의 원죄론은 루터나 칼빈과 유사하다"면서도 "원죄와 선행은총의 관계는 공생관계이다"고 했다.
그는 "인간의 타락이 없다면 선행은총이 필요 없으므로, 웨슬리의 선행은총은 원죄를 부인하는 교리가 아니다"며 "루터가 인간의 전적타락 때문에 예정을 가르치듯, 웨슬리는 인간의 전적타락 때문에 무능을 해결하는 선행은총을 말하는 것이다. 웨슬리는 한편으로는 원죄와 인간의 전적타락 교리를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사람도 루터가 주장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능하고 끔찍한 상황 속에 있지는 않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장 교수는 "선행은총으로 인해 인간의 전적타락은 '그 범위에 있어서는 전적이지만...그 정도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는 웨슬리의 글을 인용하며 "완전히 타락한 '자연인" 개념은 논리적으로만 가정해볼 수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자연인 플러스(+) 선행은총의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상황을 경감시키는 요소로서 선행은총은 인간이 하나님의 은혜에 반응할 능력조차 없이 무능해진 데 대한 하나님의 해결책이다"며 "존 웨슬리의 선행은총론은 죄인은 오직 하나님의 은총으로, 그리고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는다고 하는 종교개혁 신학의 핵심을 그대로 계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루터와 달리 하나님의 은총으로 회복된 인격적 응답 능력을 강조한 점에서 종교개혁 신학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신학적 시도이다"고 결론지었다.
장 교수는 "웨슬리는 자유의지를 하나님의 초자연적 은혜를 통해 회복된 것으로 설명할 뿐만 아니라 구원의 모든 과정에서 하나님의 은총이 선행됨을 강조함으로써, 자유의지에도 불구하고 영광을 하나님께로만 돌리면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무효화하지 않을 책임을 인간에게 지운다"고 했다.
그는 "루터가 가르친 인간의 전적타락-노예의지-예정의 논리와 웨슬리가 가르친 인간의 전적타락-선행은총-하나님의 은총과 인간의 응답의 논리 중 어떤 것이 성경적 메시지를 더 잘 담아낼 수 있으며, 또한 신자들의 신앙생활 및 교회의 개혁과 참된 부흥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외 이날은 '종교개혁신학의 창조적 종합으로서의 웨슬리신학'(김영태/성결대), '삶의 규칙: 존 웨슬리에게서 경건을 배우다'(이은재/감신대), '자유의지와 노예의지, 그 분기점으로서 웨슬리의 선행은총론'(장기영/서울신대), '말부르크의 종교개혁자 히페리우스: 그의 학문적 경건을 중심으로'(황대우/고신대) '취리 종교개혁과 헝가리 교회: 하인리히 블링거'(박상봉/대신대), '마르틴 부처의 예배에 대한 연구'(최윤배/장신대) 논문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