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장이 대통령 뜻이라며 그만두라고 했다"

길환영(60) KBS 사장이 보도국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폭로하며 자리에서 물러난 김시곤(54) 전 보도국장이 16일 청와대가 KBS 보도에 지속해서 개입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그는 자신이 국장직에서 물러날 때도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공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에 따르면, 김 보도국장은 16일 밤 KBS 기자협회 총회에 참석해 보도국장직을 맡았던 1년5개월 동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비판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 보도와 관련해서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한 우리 보도가 절대 뒤지지 않고 비교적 잘한 보도라고 자평한 적 있다"면서도 "다만, 정부 쪽에서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보도국장은 "(청와대에서) 해경 비판을 나중에 하더라도 (지금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해경 관련 보도가 꾸준히 나갔고 그런 요청이 잘 안 받아들여지니까 다른 루트를 통해서 전달된 것 같다. 다른 루트는 사장을 통한 루트"라고 밝혔다. 청와대에서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연락을 해왔다고 알렸다.

국정원 관련 기사에도 청와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설에 대해서는 "사장의 개입이 다른 부분에 거의 없었는데, 국정원 수사에는 일부 있었다. 순서를 좀 내리라던가, 이런 주문이 있었다"고 답했다.

보도국장직을 사임하는 과정에 청와대 인사가 개입했느냐는 질문에는 "사장은 청와대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내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 잠시 3개월만 쉬면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회유를 했다. 그러면서 이걸 거역하면 자기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고 이건 대통령의 뜻이라고까지 말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창피하고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람이 과연 언론기관의 수장이고 이곳이 과연 언론기관 인가하는 자괴감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김 전 보도국장은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길 사장이 사사건건 보도국의 독립성을 침해해왔다며 길 사장의 퇴진을 주장했다.

한편, KBS 본부는 김 전 보도국장의 발언을 근거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17일 오후 2시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 이 같은 내용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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