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우리의 신앙적 응답과 행동에 대하여-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 바다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3백 명에 가까운 우리의 동생들이 죽고, 실종됐다. 그런데 국가에 의해 구조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0명'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국가가 구조하지 못했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이 참사는 국가가 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구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국가가 죽인 것이다!
이 사건에 국가가 아무 책임도 없는가? 그렇다면 국가의 원수인 박근혜 대통령은 왜 두 차례나 진도를 방문했는가? 해경은 국가 소속이 아닌가? 진도 앞 바다는 우리 해역이 아닌가?
진심으로 묻고 싶다. 정말 구할 의지가 있었는가?
일주일 전, 5월 8일. 감리교신학대 학우들이 세종대왕상 기습 시위를 펼치자, 번개같이 달려들어 연행해 갔던 그 신속함이라면, 이미 우리의 동생들은 다 구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며 청와대로 향한 우리 부모님들을 사냥하듯 한데 몰아 고립 시켰던 경찰들의 그 민첩한 행동이 왜 우리 동생들을 구조해내는 데는 쓰이지 못했는가?
이 어처구니없는 세월호 참사와 구조 결과는, 국가의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국가의 능력이 잘못 쓰이고 있는데 기인한 것이며, 국가의 능력이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은, 국가의 원수인 박근혜 대통령이 사람의 아픔에 반응하지 못한다는 이 정권의 '비인간적'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람은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헌데, 오늘 우리가 이 정권이 사람 죽이는 꼴을 똑똑히 보고 있자면, 이 정부의 바탕이 결코 사람에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된다.
우리는 신학생이다.
우리가 따르는 주님은,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죄악을 짊어지고 가신 예수 그리스도다. 그 분은 고통 받는 모든 이의 아픔을 스스로 지고 십자가에 못 박히심으로서, 고통 받는 이들을 억압하는 폭력의 본질을 죽음으로서 폭로하신 분이다. 그래서 십자가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 같지 않은 권력'에겐 불편한 진실이 되며, 그 권력의 억압과 수탈에 울고 있는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구원의 푯대가 되는 것이다.
우리 한신대학교 신학과 민중신학회 소속 세 명의 신학생은 주님의 길을 따름에 있어, 오늘날의 사람 같지 않은 권력은 바로 박근혜 정부라고 고백한다. 우리 주님을 죽인, 그리고 오늘날 착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땅을 치며 절규하게 만든 원인은 바로 박근혜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선언한다.
또한 우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로마서 12장 15절)'는 성경의 말씀에 따라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을 곧 우리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며, 그들의 고통과 온 국민의 슬픔과 분노에 연대하여,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신앙적 고백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그리스도인의 행동을 전개해 나갈 것임을 선포한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과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 그리고 이 땅의 민주주의 정신에 근거해서 매우 정당한 세 가지의 요구를 박근혜 정부에 내놓는다.
첫째, 희생자 가족들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라!
이번 참사는 모든 것을 희생자 가족들의 입장에서 보아야 하며, 대책도, 요구도 철저하게 그들에게로부터 나오는 것이어야만 한다. 정부는 절대 시혜적 차원으로 희생자 가족들에게 다가서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되며, 희생자 가족들의 모든 요구사항을 무조건 하나도 빠짐없이 수용하고 즉각 시행에 옮겨야만 한다. 또한 희생자 가족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참사 원인을 밝혀야 하며, 희생자 가족들의 현 상황과 심정에 절대 모욕감과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된다. 이 요구는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에 근거하고 있다.
둘째, 현 내각 총 사퇴시켜라!
현 정부가 얼마나 무능력한지는 이미 온 국민이 다 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대표일 때 말한 바와 같이, '지금 국가는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지 못했고,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됐다.' 온 국민의 신뢰를 잃었으며, 무능력하기까지 한 현 내각을 즉각 총 사퇴시켜야 한다. 단원고 학생을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는, 단 한 명도 남기지 말고 현 내각을 총 사퇴 시켜야만 한다. 이 요구는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에 근거하고 있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에 대한 모든 책임의 주체가 되어 나서라!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 숨어 화려한 옷장 정리나 하는 공주 놀이를 그만 두고, 이번 참사의 모든 책임의 주체가 되어 나서야 한다. 왜 유가족들이 청와대를 찾아 갔는가? 참사의 책임이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가장 큰 책임자는 누구인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 책임을 회피하고 싶다면, 후보 시절에 말했듯이 차라리 '대통령직을 사퇴'하시라. 만약에 자신이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면 참사의 모든 책임의 주체가 되어, 이젠 대통령 노릇 좀 하라! 더 이상 당신의 곁에 아버지는 안 계신다! 이젠 대통령이 되어라! 이 요구는 이 땅의 민주주의 정신에 근거하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의 삶은 하루하루가 급박하고 참혹하다. 당장 오늘에라도 이 정당한 요구들을 받아들이고 시행에 옮겨야 마땅하나, 현 정부의 현저히 떨어지는 국정 수행 능력을 감안하여, <5월 21일 수요일 아침 11시 전까지> 성실한 태도로 우리에게 응답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에게 이렇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오늘 이 자리에서 전원 삭발 후에, 5월 21일 수요일 아침 11시까지 청계광장에서 단식 노숙 농성을 시작함으로서 우리의 절대 물러서지 않는 굳은 의지를 보여줄 것이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우리가 제시한 시간에 이르도록 성실한 응답을 하지 않을 경우,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센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며, 정부의 뿌리부터 들어내게 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 진도 체육관을 찾았을 때, 가슴을 후벼 팠던 희생자 가족들의 통곡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돌고 있다. 이 고통과 슬픔을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아니 한 인간으로서 절대 외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에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온 국민의 공감과 분노의 행동에도 연대할 것이다.
매일을 죽음의 그늘 아래 살아야 하는 그들의 삶이 완전히 회복 될 때까지 우리는 신학생으로서, 그리고 미래의 목회자로서 죽을 각오로 싸울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머리카락과 끼니를 끊음으로서, 이제 이 짐승 같은 권력과 폭력, 죽음의 시대를 우리의 삶으로부터 끊어낼 것이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신학생으로서 이 땅의 모든 고통과 아픔을 짊어지고 가신 우리 주님의 길을 따라, 부활하신 주님이 보여주신 생명, 정의, 평화가 가득한 이 땅을 일구기 위하여 신앙인으로서의 실천을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로마서 12장 15절]
2014년 5월 15일
한신대학교 신학과 민중신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