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비판받고 있는 현실 가운데 "교회로 하여금 교회되게 하라!"(Let the church be the church!)는 주님 명령에 순종할 수 있는 방법은?
최홍석 박사(총신대 신대원)는 '진정한 갱신은 올바른 이해가 선행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명제(命題)에 따라 "교회의 갱신이 우리의 궁극적인 지향가치(指向價値)"라며 먼저 성경적 직제이해(職制理解)를 바로 알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최근 총신대에서 열린 '제10회 죽산기념강좌'에서 "성경적 직제이해(職制理解)를 위한 교회론적 배경"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이번 죽산강좌의 중심주제(中心主題)가 '개혁주의와 직제(職制)'인데, 한국교계의 현(現) 상황에서 특별히 본 주제를 선택한 데에는 분명히 숨은 의지가 있었을 것"이라 했다.
이어 그는 "혼란스러운 오늘의 상황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바, 먼저는 성경적 직제관의 '정립'(正立)이요, 또한 현실교회의 직제에 대한 신학적 검토와 성경에 의한 '갱신'(更新)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고 주장했다.
최홍석 박사는 "교회는 진공(眞空) 속에 존재하지 아니하고, 항상 구체적인 현실성(現實性)과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실이 '변화'를 필연적인 속성으로 하고, 부단한 과거의 변화 속에 현실이 있으며, 부단한 현재의 변화 속에 미래가 있다"면서 "문제는 이 변화가 바람직한 방향에서의 향상(向上)이 아니라, 부정적으로 퇴행(退行)하고 있다는 점"이라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속화(俗化)되고 있고, 그 속도는 점차 가속되고 있다는 평가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하면서 "교회의 교회 됨에 있어서 나타나는 이 같은 병리현상의 배후에 혹시 '직제의 왜곡(歪曲)'이란 중요한 함수요인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최 박사는 "요즈음 평신도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각성이 교회 일각에서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여전히 그리스도 중심이라기보다는, 인본주의적인 강조점이 그 배후에 맥동치고 있는, 로마교적 사제주의(司祭主義) 기풍이 잔재 세력으로 한국교회 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고 했다.
때문에 "이제 우리는 여태껏 감추어졌던 평신도의 잠재력을 활성화해야 할 강한 요청을 받고 있는데, 그것은 특별히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신장을 목표로 하는 칼빈주의적 신학입장을 천명하는 우리로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오늘날 조국 교계의 영적 형편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중, 현실교회의 도덕적 부패와 영적 무기력(無氣力), 혹은 교회직제의 세속화(世俗化) 및 관료화(官僚化) 등에 대한 지나친 반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사려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고 했다.
더불어 "오늘의 목회현장에서 계속 유념하며 점검해 가야 할 사안(事案)이 있다면, 그것은 요즘 한국교회 안에 유행하고 있는 목회사역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과 맞물려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서 보다 신중을 요하는 일들"이라며 "물론 경직되고 제도화된 기존 교회형식의 취약점들을 극복하려는 선한 동기에서 출발했겠지만, 사역의 패러다임 전환 속에 목회자 자신들도 스스로 의식하지 못할 수 있는 '잠재의식적 성향'에 의해 초래될 수 있는 불균형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정황에서 우리 자신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과거 이천년의 기나긴 교회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진자운동'(振子運動) 그리고 그 진자운동의 연속선상에 우리 자신 역시 서 있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라 했다.
한편 안인섭 교수(총신대)의 사회로 열린 행사는 최홍석 박사의 발표 외에도 최홍준 목사(부산 호산나교회 원로)가 "목양 장로 사역의 이론과 실제"라는 주제로 발표했으며, 정승원 교수와 박태현 교수가 논평자로 수고했다. 행사는 길자연 목사(왕성교회 원로)의 기도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