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4일 난치병에 걸린 반도체 공장 근로자와 유가족에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다.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한 근로자 황유미씨(당시 23세)가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이후 7년 동안 삼성전자가 피해자 측의 대책 요구에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 노동자 문제 협상이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장 근무자의 백혈병 논란에 대해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며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제3 중재기구를 통해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현황 등에 대해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백혈병 발병 당사자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 소송에서 삼성전자는 보조참가 형식으로 관여해온 것을 철회하는 점도 덧붙였다.
삼성전자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 사장과은 "오늘은 기자회견 내용 그대로만 이해해달라"며 제3자 기구 구성이 반올림 측 제안을 따르는 것인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입장을 발표하셨으니까 저희의 입장이 담겨 있는 것이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또한 반도체 제조 공정과 백혈병 발병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 사장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피해자 가족과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정의당 심상정 의원 측이 제안한 내용을 별다른 조건을 내걸지 않은 채 수용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가지고 논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삼성 직업병 문제는 수면 위로 떠오른 지 6년 만인 지난해 초 삼성전자가 반올림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시작된 본협상에서 피해자 위임장 문제로 대립하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협상이 걸림돌이 된 피해자 위임장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