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곳 끌려가느니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보코하람에 납치됐다 도망친 소녀들 증언

나이지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된 300여 명의 여학생들 가운데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소녀들이 생생한 증언을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소녀는 "지난 4월 중순 나이지리아 보르노 주 동부에 위치한 치복(Chibok) 시의 한 국립 여자 중학교에는 밤을 틈타 무장을 한 괴한들이 들이닥쳤고, 이들은 기숙사에 있던 수백여 여학생들에게 바깥으로 모이라고 지시한 뒤 교내의 창고에서 음식을 약탈했다"고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소녀는 이어서 "그러고 나더니 그들은 우리를 교문 쪽으로 움직이게 했고 차량을 몰고 와서는 훔친 음식을 먼저 실은 뒤에 우리에게도 차에 올라 타라고 명령했다"며, "그들은 신발을 신지 않고 있거나 히잡을 쓰고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기숙사로 돌아가서 물건들을 챙겨 오라고 했다. 학교를 불태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말했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 현지 경찰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53명의 소녀들이 탈출에 성공했다. 남아 있는 소녀들의 수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아직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나, 대략 250여 명의 소녀들이 보코하람에 잡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녀들의 대부분은 기독교인으로 알려졌다.

도망쳐 나온 소녀들 중 또다른 한 명은 역시 알자지라 방송에 친구와 함께 도망쳐 나온 이야기를 전하면서, "나는 친구에게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곳에 끌려가느니 차라리 죽임 당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19세의 새라 라완이라고 밝힌 한 소녀는 AP에 "괴한들은 우리를 총으로 쏘겠다고 위협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도망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라완은 "내가 도망칠 때 다른 친구들은 차마 용기를 내지 못해 함께 오지 못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심정을 전했다.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나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신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같이 운다"고 라완은 털어놓았다.

라완은 또한 자기보다 뒤에 탈출한 친구들에게서 전해 들었다며, "그 괴한들은 우리와 결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보코하람은 기독교인 여성들을 납치해서 무슬림과 강제로 결혼시켜 이슬람으로 개종시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소녀는 CNN에 "도망칠 때 죽을 각오를 했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고 증언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카심 세티마 보르노 주지사는 소녀들의 소재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으며 현재 군이 정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11일(이하 현지 시간) 발표했다. 조너선 굿럭 대통령은 이에 앞서 10일 보코하람이 나이지리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차드, 카메룬, 니제르로 통하는 국경을 폐쇄했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늦장 대응으로 시민들의 비난에 직면해 있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소녀들의 구출을 위해서 나이지리아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편, 국제 인권단체들은 소녀들을 구출하지 못한다면 이들 모두가 무슬림 남성과 강제로 결혼하거나 성 노예 시장에 팔려가는 등의 성적 학대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최근 AFP가 입수해 공개한 영상에서 자신을 보코하람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라고 밝힌 한 남성은 "나는 당신들의 딸들을 납치했다. 알라의 이름으로 이 소녀들을 (노예) 시장에 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소녀들을 납치한 것은 "알라께서 지시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소녀들을 파는 것 역시 알라께서 명하시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을 팔고 사는 시장이 있다. 알라는 내가 이 소녀들을 팔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고 계신다. 나는 명령에 따라 소녀들을 팔 것이다"고 말했다.

#보코하람 #나이지리아납치 #이슬람 #여성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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