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신학협의회, '죽음 이후 생명에 대한 생명신학적 탐구' 세미나 개최

박형국 박사(한림대 생사학 인문한국연구단) 발제
박형국 박사가 '죽음 이후의 생명에 대한 신학적 성찰-삶과 죽음의 통전을 추구하며'를 주제로 발제했다.   ©오상아 기자

생명신학협의회 제25차 전문위원세미나가 '죽음 이후 생명에 대한 생명신학적 탐구'라는 주제로 10일 오전 7시부터 종교교회에서 진행돼 박형국 박사(한림대 생사학 인문한국연구단)가 강연했다.

'죽음 이후의 생명에 대한 신학적 성찰-삶과 죽음의 통전을 추구하며'를 주제로 강연한 박형국 박사는 먼저 "오랜 역사를 지닌 고전적 주제인 죽음 이후의 생명(life after death)에 대한 신학적 성찰은 생명살림을 위해 여전히 중요하다"며 "오늘 한국사회를 뿌리부터 강타하는 자살 행렬과 세월호 참사는 이 오래된 주제가 복음의 심장에서 다시 해설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철학 및 과학의 큰 물결을 이루고 있는 물리주의(physicalism)는 죽음은 오직 육체의 소멸일뿐 그 이후의 다른 생명의 실재는 없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세계의 많은 종교들은 죽음 이후의 삶의 실재를 여전히 굳건히 믿고 나름의 고유한 이해들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이른바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 연구자들은 죽음을 경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경험적 증거를 통해 영혼(혹은 의시계) 불멸과 죽음 이후의 삶의 실재를 증명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경외과 의사로서 자신의 육체 혹은 뇌 이탈 경험을 기록한 '나는 천국을 보았다'(2013)는 저서의 저자 이븐 알렉산더(Eben Alexander)과 이와 상반된 입장으로 물리주의 일원론을 개진한 미국 예일대의 케이건(Shelly Kagan)의 '죽음 이후의 생명'에 관한 이해를 소개했다.

그는 "알렉산더는 7일 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박테리아성 뇌막염으로 인한 혼수상태에서 경험한 육체이탈과 의식의 여행은 기존의 임사체험 연구들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 환원론을 견지했던 신경외과 전문의의 직접적인 겯험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훨씬 크다"고 했다.

이어 "그(알렉산더)는 자신의 육체를 벗어나 있던 시간들에 대한 기억을 마치 자신이 살고 있는 집 혹은 벽난로에서 타는 장작보다 더 '실제 현실'이요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경험이었다고 주장한다"며 "인간의 뇌의 부분이 수일 동안 완전히 마비된 상태에 있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었고, 깨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부조건적인 사랑의 세계를 진실로 경험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육신이나 뇌와 의식의 분리 상태에서 경험한 세계를 '중심근원의 세계'로 묘사한다"며 "그에 따르면 이 세계는 꿈이나 환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초-실재(ultra-reality)로서 이 초-실재의 경험은 '삶의 진정한 맥락'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해주었다
"고 했다.

또 "이 세계에는 주체와 대상의 분리가 존재하지 않고 모든 존재자들은 서로 구별되면서도 연합되어 있다"며 "그것은 마치 '거대한 우주적 자궁' 같은 세계요 언어 소통이 아닌 일종의 직관적인 직접 소통의 인격적 세계로서 그곳에서는 '언어를 완전히 넘어서 있는 경험과 통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형국 박사는 "이 놀라운 세계를 경험하기 전까지 알렉산더 또한 현대 주류 의학 패러다임의 충실한 신봉자로서 육체나 뇌의 죽음 이후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물리주의를 견지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그는 이 경험 후에 뇌와 마음 혹은 의식에 대한 현대 물리주의 견해와는 크게 다른 견해를 제시하게 되었다"고 했다.

또 "사람의 마음 또는 소위 영혼이라는 것이 육체를 떠나서도 계속 존재하는 것임을 더욱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며 "어떤 의식적이고 영적이 실체가 육체와 뇌와 분리된 채 독자적으로 존속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뇌가 의식능력을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말하자면 뇌는 일종의 밸브 또는 필터와 같은 것으로서 우리가 영적이 세계에서 지니는 보다 광대한 비물질적인 의식을 지상의 삶에 접합하게끔 제한된 능력으로 축약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고 했다.

덧붙여 "무한한 의식의 활동은 물리적인 뇌의 제약을 받는다고 한다"며 "정리하면 뇌 속에 갇히 자유로운 의식은 진화의 적응과정을 거치면서 물질적인 뇌와 육체의 요청대로 살아가야먄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능력을 상실해버린 것이다"고 말했다.

박형국 박사는 "알렉산더는 자신이 혼수상태에서 의식이 뇌로 돌아오는 과정을 우주선이 우주정거장으로 재진입하는 위험한 시도로 비유하면서 이런 비유적인 설명을 덧붙인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내 마음(참된 나)은 시공간의 한계, 선형적인 사고체계, 언어에만 의존하는 의사소통 등으로 특징 지워진 육체적 존재라는 아주 꽉 낀 옷 속으로 간신히 비집고 돌아오고 있었다"

박형국 박사는 "알렉산더는 유체이탈 경험을 통해 우리의 의식이 육체를 넘어선 그 이상의 존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육체와 뇌의 한계적 특성과의 결별은 넓고 높고 깊은 차원과의 교감과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고 소개했다.

알렉산더 박사 이전의 임사체험 연구자들에 대해 박형국 박사는 "퀴블러-로스(Elisabeth kubler-Ross)와 레이몬드 무디 2세(Raymond Moody Jr.)는 임사체험 연구의 개척자인 임상의들이다"며 "퀴블러 로스는 임사체험자들이 경험한 죽음의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묘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 단계는 고치에서 나비가 태어나듯이 몸에서 영혼이 태어난다. 죽음이란 단지 또 다른 형태의 삶으로의 변화, 곧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와 영원한 존재의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다"며 "둘째 단계는 영혼이 정신적 에너지를 받아 이 세상에서 진동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으며 사건이 생긴 장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영혼이 육체를 떠나면 시간이 없는 곳에 존재하게 되고 일상의 감각 차원에서 갖는 공간 감각이나 거리 감각을 느끼지 않는다"며 "그리고 죽은 자는 영혼의 상태로 이 세상을 방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셋째 단계는 첫째와 둘째 단계에 있던 의식이 없어지고 지식을 소유하게 된다"며 "자신의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이 어떤 결과를 생기게 했는지를 모두 알게 되고, 이 세상에서의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성찰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생명신학협의회 제25차 전문위원세미나에서 발제 후 질의 응답 시간이 진행됐다.   ©오상아 기자

또 케이건에 관해서는 "케이건이 주장하는 물리주의는 지난 시절 유물론 또는 물질주의(materialism)라 불리던 세계관의 현대판이라고 볼 수 있다"며 "물리주의 인간관에 따르면 인간은 단지 물질적 존재 혹은 '기계'일 따름이고 죽음은 컴퓨터가 고장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현상이기에 물질인 육체의 죽음이 끝이고 육체의 죽음 혹은 생물학적 죽음 너머에 영혼의 삶의 실재 같은 어떤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리주의자들은 임사체험 연구가 제시하는 영혼 혹은 의식 불멸의 방식으로의 죽음 이후의 삶의 실재에 대한 이해를 부정한다"며 "그는 임사체험자들의 죽음 체험이 짧고 삶과 죽음의 어떤 경계체험이어서 진정한 죽음의 체험이 아닐지라도 분명 죽음을 체험한 것이라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물리주의자들은 임사체험 현상을 죽음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 겪게 되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육체와 뇌가 반응하는 특별한 방식으로 본다"고 말했다.

덧붙여 "케이건은 영혼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다양한 입장들을 반박하는 대목에서 흥미롭게도 임사체험의 사례를 가장 먼저 고찰한다"고 했다.

그는 "케이건은 육체가 붕괴하면 영혼이나 정신도 함께 붕괴한다는 것이다"며 "물론 케이건은 영혼이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거나 영혼의 존재를 완벽하게 부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단지 영혼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다양한 주장들 모두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니 못하기에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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