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웨슬리신학연구소 컨퍼런스가 8일 오전 9시30분부터 협성대 이공관 국제회의실에서 '카파도키아 교부들과 어거스틴의 삼위일체론'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은 '카파도키아 교부들의 삼위일체론'(곽혜원 박사/ 21세기 교회와 신학포럼 대표), '어거스틴의 삼위일체론'(김옥주 박사/ 한세대학교 겸임교수) 발제가 진행됐다.
웨슬리신학연구소 김영선 소장은 "지난 8차 컨퍼런스에 발제되었던 '몰트만과 판넨베르크의 삼위일체론'에 대한 많은 관심과 좋은 호응으로 인해, 이번 9차 컨퍼런스에서도 삼위일체론을 다시 준비하게 되었다"며 "삼위일체론에 관해서 삼위일체를 부인하는 이단이나 잘못된 교리에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곽혜원 박사는 먼저 "'하나님이 삼위일체되신 분임을 모르는 사람은 기독교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G. W. F. Hegel,),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정통 고백은 기독교 신앙과 모든 종교의 심장부이다'(나지안주스 그레고리의 주장: 김석환, 『삼위일체론과 성령론』) 라고 주장된 바와 같이, 삼위일체론은 기독교 복음의 진수를 간직한 교리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삼위일체 교리가 매우 유감스럽게도 서방교회에서는 어거스틴(Augustine, 354-430) 이후 거의 1,500년 동안 답보상태에 놓여 있었다"며 "더욱이 서방교회 삼위일체론은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방향으로 발전함으로써 대다수 그리스도인의 삶과 신앙에 있어서 유명무실한 교리로 간주됐다"고 했다.
그는 "그러다가 20세기 들어와 '삼위일체론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면서 삼위일체론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게 됐다"며 "이제 수세기 동안 관심의 영역 밖으로 밀려나 있었던 삼위일체론은 다시금 신학계에서 중심적 위치를 회복하게 되었고 그 본래적 의미를 되찾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삼위일체론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그 중요성에 대한 연구는 최근 신학계의 가장 주목할 만한 동향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신학자들은 삼위일체론이 지금까지 서방 교회사에서 그리스도인의 삶과 무관한 교리적 선언이나 철학적 사변으로 간주된 현실에 반기를 제기하면서 하나님의 구원사역에 대한 초대 교부들의 살아있는 신앙으로 말미암아 삼위일체론이 확립되었음을 강조한다"며 "그들은 특별히 초대 교부들이 당시 온갖 우상숭배와 잘못된 이단사설이 만연한 로마 제국의 혼탁한 종교적 분위기 속에서 성서와 교회의 삶에 계시된 하나님의 실재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가운데 삼위일체론을 정립하게 되었음을 역설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삼위일체론은 철학적 사변의 결과물이 결코 아니라, 성서의 계시에 기반한 초대 교부들의 구원경험이 논리적 추론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신앙고백인 것이다"며 "비록 '삼위일체'(τρίας/trinitas)라는 단어가 성서에 명확히 언급돼 있지 않지만,6) 교부들은 하나님에 대한 구원경험, 곧 성부 하나님의 창조사역,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구원사역, 성령 하나님의 임재 등을 통해 기독교의 하나님이 오로지 삼위일체 신관으로 설명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던 것이다"고 했다.
곽혜원 박사는 "이러한 최근의 삼위일체론이 전통적 삼위일체론과 대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삼위일체 교리의 구원사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점에 있다"며 "전통 신학이 삼위일체론을 구원론적 맥락에서 분리시켜 하나님의 세 위격 사이의 내적 관계를 철학적으로 논구하는 사변적 교리로 이해한 데 반해, 최근의 삼위일체 신학은 삼위일체론의 본래 자리가 하나님의 구원사역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므로 그 논의도 삼위 하나님의 구원사역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삼위일체 교리의 사변성을 극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므로 최근의 삼위일체 신학자들은 삼위일체론을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통해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행하신 사역에 대한 서술로 이해한다"고 소개하며 "이러한 최근 신학계의 경향은 보다 성서적인 삼위일체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서방교회에서 삼위일체론의 본래적 의미를 회복시키려는 르네상스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20세기 이르러 이루어진 동방 정교회 신학자들과의 활발한 교류에 힘입은 바가 크다"며 "동방정교회는 초대 기독교의 전통을 순수하게 계승해 왔는데, 특히 삼위일체론에 있어서 그러하다"고 했다.
그는 "이에 초대 교부들의 신학을 그대로 보전한 동방정교회의 삼위일체론은 서방교회의 삼위일체론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히 4세기 동방교회의 카파도키아(Cappadocia) 세 교부들, 곧 가이사랴의 대 바실(Basil the Great of Caesarea, 329-379),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Gregory of Nazianzus, 329-390), 닛사의 그레고리(Gregory of Nyssa, 335-394)는 정통 삼위일체론의 뼈대를 형성함으로써 모든 삼위일체론이 지향해야 할 교리적 표준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이어 "이들은 삼위일체론을 위시해 그리스도론과 성령론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던 초대 교회 당시 각종 이단사설에 대항하여 정통적 입장을 개진함으로써 후대의 신학발전을 위한 귀중한 기초를 쌓았다"며 "오늘날 카파도키아 교부들은 동방정교회는 물론 서방교회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인물에 속하며, 이들의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논의는 삼위일체론 연구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대단히 중요한 연구 테마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카파도키아 교부들의 삼위일체론이 오늘날 신학계에서 크게 주목받는 것은, 최근 신학계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친교적 연합(communion)의 사회적 삼위일체론의 원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며 "카파도키아 교부들에게서 연원하는 사회적 삼위일체론은 하나님을 관계성 혹은 상호성, 곧 완전히 독립되고 구별되는 성부ㆍ성자ㆍ성령 세 위격이 '페리코레시스'(περιχώρησις)의 상호 내재적ㆍ상호 상통적 관계성 속에 계신다고 이해하는 논의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회적 삼위일체론은 세 위격이 사랑과 나눔, 섬김과 평등의 친교를 나누신다고 이해함으로써,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공동체성의 상실로 인해 고심하는 현대 사회로 하여금 사랑과 자유, 평등에 기초한 인간 공동체를 형성하도록 동기부여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사회적 삼위일체론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구체적 삶의 영역에, 더 나아가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윤리적, 생태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신학적ㆍ실천적 원리로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삼위일체론을 근간으로 오늘날 동ㆍ서방교회의 일련의 신학자들은 세 위격의 페리코레시스, 곧 상호 내주ㆍ상호 상통의 친교적 연합에 기초하여 하나님의 위격을 실체론적 범주가 아닌, 관계론적 범주로 이해함으로써 '관계론적 삼위일체론'을 전개하고 있다"며 "사실 사회적 삼위일체론은 자칫 삼신론(tritheism)에 빠질 위험이 있는데, 친교적 연합의 관계론적 위격과 본질 개념에 기초한 관계론적 삼위일체론은 사회적 삼위일체론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러므로 관계론적 삼위일체론은 최근 신학계에서 논의되는 삼위일체론의 또 다른 중요한 동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이것은 관계와 소통, 공존과 상생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상황 속에서 나날이 부각되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이로 보건대, 삼위일체론을 하나님의 구원사건에 대한 신학적 성찰로 보는 가운데 하나님을 사회적ㆍ관계적 존재로 인식하는 최근 신학계의 동향은 올바른 삼위일체론을 확립해가는 도상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와 같이 삼위일체론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함에 있어서 초석을 놓은 카파도키아 교부들의 공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곽혜원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파도키아 교부들에 대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연구가 미진했던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우리 한국 신학계에서는 카파도키아 교부들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한국 교회는 신학계나 목회현장을 불문하고 온전한 삼위일체론의 정립에 크게 장애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곧 한국 신학계 안에는 삼위일체론에 관한 연구서가 상당히 미흡할 뿐만 아니라, 목회현장에서도 삼위일체론이 올바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삼위일체 논의에서 자주 사용되는 전문용어에 대한 인식과 개념 정립도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에 있으며, 한글 개역성경과 신학서들에 나타난 삼위일체 관련 용어도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전반적으로 한국 교회 안에는 기독교 신관이 매우 혼미한 양상을 드러내는 가운데 잘못된 삼위일체론, 이를 테면 일신론과 삼신론, 삼일론과 함께 이단적인 양태론과 종속론이 혼용되고 있다"며 "그러므로 정통 삼위일체론의 기준을 제시한 카파도키아 교부들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는 한국 교회 안에서 매우 절실히 요청되는 신학적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곽혜원 박사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한세대와 장로회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독일 튀빙엔 대학에서 조직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이며 저서로는 Das Todesverständnis der koreanischen Kultur(한국 문화의 죽음이해, 2004), 『현대세계의 위기와 하나님의 나라』(2008), 『삼위일체론 전통과 실천적 삶』(2009), 『자살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2011)가 있으며, 역서로는 몰트만의 저서들 『절망의 끝에 숨어있는 새로운 시작(2006), 『세계 속에 있는 하나님』(2009), 『하나님의 이름은 정의이다』(2011), 『희망의 윤리』(201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