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2개월째 연 2.50%로 동결됐다.
한국은행은 9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5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이후 12개월 연속 동결 결정이다.
이는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부진한 민간 소비가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더욱 위축되는 조짐을 보여 금리 인상 카드는 시기상조이고 반대로 금리를 내리기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불확실성 등 부담 요인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도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깜짝' 금리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경제전망에서는 기준금리 방향이 "인하로 보기 어렵지 않겠는가"라며 경기 회복세에 맞춰 향후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 총재는 최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6개월 후에 금리를 조정하려면 2~3개월 이전에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깜짝 금리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장에서도 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설문조사에 응한 채권전문가 124명 가운데 122명(98.4%)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정상화 방안은 꾸준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월호 침몰 사고로 민간소비 둔화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시장과 실물시장 간 연계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소비 부진 문제는 금융 차원에서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리를 내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세월호 여파로 2분기 민간 소비 지표가 한은의 예상치보다는 낮을 수 있다"면서도 "하반기 들어 소비가 회복되면서 경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발언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한 '2014년 7차(4월10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완화적 금융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가 개선되면 자산버블 형성, 가계부채 증가, 시중자금 단기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저금리 기조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큰 규모의 금리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해도 위험가구의 비중은 1%포인트, 소득 4분위 기구는 0.4%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금리 인상 논의는 소비자물가가 물가안정목표범위(2.5~3.5%) 안에 드는 하반기께 시작될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김선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거시금융팀장은 "지난달에도 물가 상승세가 이어졌지만 1%에 그쳤다"며 "물가상승률이 2.5%는 넘어가야 인상의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