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도록 우리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울산 산업단지가 최근 잦은 화학물질 사고로 철저한 안전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8일 오후 6시27분께 울산 남구에 위치한 후성 울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나 조모(32)씨가 사망하고, 박모(46)씨 등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는 공장 내 플랜트설비 가운데 외부노출 LNG가열버너가 고장 나 외부 업체에서 정비 후 시험 재가동 중 발생했다.
이날 같은 시간에도 인근에 위치한 SK케미칼 울산공장에서는 청소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질식사고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직원들은 현재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사고 경위와 화학물질 노출 여부 등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각종 유독·화학물질이 취급량이 전국 최고인 울산에서 하루에 두건이나 누출과 폭발 사고가 잇따르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성에서는 지난해 5월 에어컨 냉매로 사용되는 프레온 가스가 10여분간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불산누출로 신고되 소방당국은 긴장됐지만 불산은 누출되지 않은 것으로 않았다.
울산지역에 불산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후성, 솔베이케미칼, 고려아연 등 6곳이며 연간 총 사용량이 1만5110t에 이르는데 그중 이번에 폭발사고를 낸 후성이 연간 9000t으로 가장 많았다.
2012년 9월에도 이 업체는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한 지 6일만에 NF3(삼불화질소) 충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유독성 물질인 NF3가 누출되기도 했다. NF3는 무색무취로 사고 당시 30~40㎏ 정도의 소량만 유출돼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 지난달 울산 에쓰오일 온산공장 원유탱크에서 균열이 발생해 사흘 동안 총 13만5000배럴의 원유가 누출되는 등 잇단 안전사고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울산 산업단지 뿐만 아니라 울산항도 전국 액체화물의 80%를 처리하고 있어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같은 사고에 울산의 성격상 대형사고에 대비한 철저한 대비를 필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위험물질 운송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태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울산의 연간 위험물질(화약류, 고압가스, 독물류, 유독물 등) 취급량은 1억602만t으로 전국의 29.1%를 차지하고 있다. 또 울산지역 467개소가 취급하는 인화성·고체성 유독물질의 양은 전국의 35%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울산소방본부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공단 설비의 상당수가 1960∼70년대 시공된 것이어서 노후화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다 관련 업체들도 안전을 도외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울산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압축성장 과정에서 경제적 성과를 이뤄낸 것은 맞지만 시민 안전은 시스템적으로 경제 성장만큼 이뤄내지 못했다"며 "기업의 효율성 측면에만 집중하지 말고 시민 안전을 우선 도모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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