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감소 추세에 맞춰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기 위한 대학 구조조정 법안이 2일 국회에 제출됐다. 대학의 양적 규모는 축소하되 대학의 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주 내용이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법률 제안이유에서 "대학 입학 정원을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2018학년도부터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졸업자수보다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 2023학년도에는 약 16만명의 입학자원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학생 수 감소를 방치할 경우 대학의 수준과 상관없이 지방대학이나 전문대학 중 상당수가 존립이 어려워 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가는 피해를 넘어 아니라 지역간 균형발전이나 고등교육 경쟁력 제고에도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법안을 보면 사학 재단엔 출연재산을 처분할 길을 열어주고 정부에는 더 강력한 학교 폐쇄 및 법인 해산 명령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은 교육부 장관은 자문기구로 대학평가위원회,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서 대학평가 결과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평가·심의를 거쳐 대학에 학생 정원 감축 및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등의 명령이나 제재를 할 수 있게 했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기간에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대학 또는 학교법인에 행정적·재정적 제재 등 불이익을 줄 수 있게 된다.
대학의 장 또는 학교법인도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학교 경영이 어려운 경우 또는 대학 평가의 결과를 고려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학 구조개혁 자체계획을 수립·시행할 수 있게 된다. 대신 학교법인이 해산하려는 경우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되, 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익법인·사회복지법인·직업능력개발훈련법인 등에 대한 출연 등 방법으로 처분해 경영난에 따른 퇴로를 열어주었다.
이번 법안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는 "고등교육 발전 방향이라는 '큰 그림' 없이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이 법안에 따른 논란도 많아 6월 임시국회는 물론 9월 정기국회 때도 법안이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야당은 저출산 추세로 학령인구가 줄어든 현실에서 대학 정원 감축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사학 재단이 스스로 해산할 때 잔여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내용을 특혜로 보고있다. 일각엣는 경영을 잘못한 사학 재단에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라는 비판도 있다.
교육여건 개선을 통한 고등교육의 질 제고라는 정책 목표와 달리 이 법안은 지방대와 인문·예체능 학과 등의 몰락을 재촉하고, 대학 서열화를 더욱 굳힐 것이라는 우려도 야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학문 연구가 병행돼야 하는 고등교육의 기본 뿌리가 취업률이라는 기준에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학생·교수·교직원 등의 반발도 예상된다. 법안이 사학 재단의 퇴로는 열어주면서 학생·교수·직원 등에 대한 보호 조처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