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초 사상가 정도전의 '삶과 철학'

[서평] 임종일 소설가의 <정도전 1~3>
소설 '정도전' 표지.   ©인문서원

세월호 참사로 많은 희생자와 실종가가 나온 가운데 국민들의 원망도 정부에 쏠리고 있다. 이 사고를 가슴아프게 보면서 '나라의 주인이 누구일까'를 생각해 봤다.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정부가 세월호 사고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반적인 여론이다. 바로 정부의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이기도하다.

소설가 임종일 작가의 역사장편소설 <정도전>(인문서원, 2014년 3월)은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전제 하에 왕권정치보다 민생정치를 주창한 정도전의 삶과 철학을 조명한 책이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 등 희생자를 생각하면서 소설 <정도전>을 읽었다. 특히 이 책은 평소 알고 지낸 저자(임종일 선배)가 친필 사인을 해 한달 전 집으로 보내준 책이기에 시간날 때마다 더욱 신경을 써 읽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주말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시청자들에게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삼봉 정도전에 대한 혁명적 얘기를 다룬 소설, 학술지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편역사소설 <정도전 1~3>은 좀더 정도전의 철학과 삶을 알아보는데 신경을 썼다고할 수 있다.

10년에 걸쳐 임종일 작가가 쓴 <정도전 1~3>은 지난 1998년 9월 첫 권을 시작으로 2000년6월 마지막 5권의 책을 출판했다. 하지만 2014년 3월, 15년 만에 5권을 다시 개작해 3권의 <정도전>으로 세상에 선보였다.

고려의 망국과 조선의 개국, 즉 여말선초(麗末鮮初)시대에 들려오는 역사의 얘기들은 주로 이인임의 부패, 정몽주와 최영의 충절, 이성계와 이방원 부자의 야심 등이다. 하지만 변방의 장수 이성계를 끌어들여 역성혁명을 주도해 성공한 조선개국의 일등 공신 삼봉 정도전을 빼놓을 수 없다.

조선 초기 경세가, 사상사, 혁명가로 알려진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은 시대의 모순과 고민을 외면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받아드렸다. 왕조에 대한 맹목적인 충절보다 혼돈과 도탄에 빠진 생민을 살리는데 혼을 바쳤다. 그가 밝힌 '백성은 먹는 것이 하늘이다. 사람이란 의식이 족해야 예를 아는 법이다'라는 주장은 당시 백성들의 배고픔과 아픈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어떤 군주라도 백성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민심을 잃게 되고, 민심을 얻지 못한 자는 민에 의해 언제라도 버림받을 수 있다." 정도전의 이 일념이 역사를 새로 쓴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정도전의 역성혁명은 천하 만민을 위함이지 이씨 왕조를 위함이 절대 아니었다.

역사기록은 대부분 승자의 기록이다. 조선시대 승자인 왕의 역사에서 천하 만민을 위한 정도전 역사는 철저히 왜곡됐다. 조선조 지배세력이 정도전을 끊임없이 폄하하고 소외시켰다. 바로 이 소설은 왜곡된 정도전의 숨겨진 실제와 진실을 찾는데 초점을 맞췄다. 고종에 의해 복권되기까지 거의 500년 동안 그는 조선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었기에 이소설의 의미는 크다.

소설 <정도전 1~3>은 진실의 편린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었다. 소설이지만 서술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대화들까지 나름대로 사료에 근거해 기술했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추론과 상상도 추가했지만 일부러 과장하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 <정도전 1~3>은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찾아가는 소설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공민왕의 기철 등 친원파 제거와 암살 배경, 500년 왕업의 고려가 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정도전·정몽주·이성계 이들 세 사람의 만남과 관계, 만고의 충신으로 알려진 정몽주와 최영의 이면, 천하를 둘러싸고 권문세족과 신진사대부가 벌이는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 조선의 개국과 백성이 주인 되는 정도전의 혁명정치, 고구려의 고토인 요동을 회복해 만세에 남기고자했던 정도전의 확고한 북벌의지, 이성계의 아들인 왕자의 난의 진실 등이 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선의 건국을 이성계가 주도했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성계를 혁명에 끌어 들인 장본인이 정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정몽주는 고려의 충신으로 알려져있는데, 이것도 지나친 말이다. 정몽주는 정도전의 열렬한 혁명동지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선의 개국공신, 유교적 이상주의자 등으로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는 정도전이 이성계와 손잡고 역성혁명을 성공시켰고, 조선을 설계한 남자로 불렀지만, 이방원의 손에 제거되면서 몇 백 년 동안 쓸쓸하게 잊혔던 우리 역사상 최고의 이상주의적 혁명가 정도전의 삶과 그가 품었던 이상을 입체적으로 복원한 소설이다.

이 소설을 평한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 소설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과 답을 던진다"며 "정도전의 참모습, 정도전의 거대한 포부를 그려내는 데 이보다 완벽한 소설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설가 임종일은 <나비야, 청산가자더니>, <연표로 보는 제3공화국>, <바람 더욱 거센 날에도 새들은 날고> 등의 저서가 있다. <부산일보>에 '지리산 통곡한다'를 연재했다. <한겨레> 비평위원, 인터넷선거보도 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월간 <책> 편집장을 지냈다. 이번 장편 역사소설 <정도전 1~3>은 작가가 10년에 걸쳐 쓴 작품으로 1998~2000년 출간된 <정도전> 5권을 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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