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전동차 추돌사고 당시 승객들은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피했다.
지난 2일 사고 전동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3시25분께 2258호 전동차는 서울 성동구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멈춰 승객을 내렸다.
하지만 전동차는 평소와 같이 출발하지 않고 멈춰선 채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출입문을 5~6차례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승객들로 꽉 들어찬 전동차 안이 "왜 출발을 안하냐. 고장난 것 아니냐"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2~3분여가 지나자 별다른 안내방송 없이 전동차가 다시 출발했지만 '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갑자기 멈춰섰다. 승객들은 모두 넘어졌고 순간 전동차 안의 불이 모두 꺼져 눈 앞이 캄캄해졌다.
승객들은 스마트폰 손전등 기능을 이용해 전동차 안을 밝혔다. 또 다른 승객들은 좌석 밑에 있는 수동 개폐 장치를 이용해 전동차 문을 열었다. 곧바로 승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2258호 전동차에 타고 있던 김세희(15·여)양은 "사고가 나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불연듯 떠올랐다"며 "다른 승객들과 함께 승강장을 벗어나서야 조금 안심이 됐다. 평소 지하철 2호선을 자주 타고 다니는 언니가 걱정돼 안부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2258호 전동차를 뒤에서 들이 받은 2260호 전동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도 '쾅'하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서 넘어졌다.
일부는 전동차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듯한 느낌에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 순간 작은 소리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위험하니 전동차 안에서 대기하라"는 내용이었다.
혼비백산한 승객들은 우왕좌왕 했다. '안내 방송에 따라 대기해야 한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한 승객이 전동차 문을 열었고 승객들은 전동차 밖으로 빠져나와 상왕십리역 승강장 쪽으로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2260호 전동차에 타고 있던 장모(25·여)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도 안내 방송을 믿고 있다 피해가 커졌기 때문에 안내방송을 믿을 수 없었다"며 "폭발 할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나 아버지에게 전화하니 '밖으로 나오라'고 해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