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이 1일(현지시간) 제63회 국가 기도의 날을 맞아 '기도로 하나된 목소리(One Voice, United in Prayer)'라는 주제로 함께 기도했다. 비록 올해도 예년과 다름 없이 무신론자들로부터 폐지를 촉구하는 반발이 일었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전통에 동참했다.
국가기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국가 기도의 날은 미국에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며, "특히 올해 국가 기도의 날은 모든 미국인이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의 치유하시고 새롭게 하시는 능력이 드러나기를 기도하는 전례 없이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위원회는 또한 "올해의 주제인 '기도로 하나된 목소리'는 개인과 나라가 우리의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점검하고 믿음을 굳건히 해야 할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가기도위원회 의장은 빌리 그래함 목사의 장녀인 앤 그래함 롯츠 목사가 맡았다. 롯츠 목사는 "우리가 한 마음과 한 목소리로 기도 드린다고 할 때, 그 기도를 들으시는 분은 우리가 만들어낸 하나님, 우리에게 맞추어진 하나님이 아니다. 우리가 기도드리는 분은 진실로 살아 계신 하나님, 이 세상과 모든 피조물의 창조주이신 하나님, 인간의 옷을 입고 이 땅에 오셔서 우리로 하여금 그 분을 보고 듣고 알게 하신 바로 그 하나님이시다"고 밝혔다.
롯츠 목사는 또한 "우리가 한 마음과 한 목소리로 모여서 기도하고 우리 하나님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영광을 돌린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된다"고도 전했다.
국가기도위원회는 올해 미국 전역의 교회, 기관, 공원 등에서 국가 기도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개최됐으며,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유대교와 이슬람,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미국인들이 모두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행사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올해 역시 무신론자 단체들의 국가 기도의 날 폐지 운동은 지속됐다. 미국인본주의협회(AHA)는 국가 기도의 날 대신 '국가 이성의 날(National Day of Reason)'의 제정을 촉구하는 운동을 미국 전역에서 진행했다. 이 단체 대표인 로이 스펙하트는 "국가 기도의 날은 미국의 정교 분리의 원칙과 세속주의 민주주의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신을 믿지 않는 수백만 명의 국민이 있으며 정부는 이들을 소외시키는 기도의 날을 지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2003년부터 '국가 이성의 날'을 제정하도록 각 주 의회에서 로비를 펼쳐 왔다.
그러나 국가 기도의 날은 종교를 가진 미국인들만이 아닌 종교가 없는 미국인들 모두에게 열려 있는 날이라고 국가기도위원회는 주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2013년 역시 미국에서의 국가 기도의 날의 전통의 가치를 인정하며, 이날을 종교를 초월해 모두가 미국의 건국 이념인 모든 이들을 위한 자유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당부하는 선언문을 공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국가 기도의 날의 전통은 17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98년 존 아담스 대통령이 프랑스와의 전쟁 가운데 있는 나라를 위해 전 국민이 하루를 정해서 금식과 기도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 시작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 후 황폐화된 나라의 회복을 위해 1863년 4월 30일을 모든 미국인들이 나라를 위해 하나님께 함께 기도하는 날로 정했으며, 1952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때에 이르러서는 국가 기도의 날이 연방 정부의 공식 기념일이 됐다. 이어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 매년 5월 첫째주 목요일이 국가기도의 날로 법으로 확정됐다.
한편, 국가 기도의 날에 대한 무신론 단체들의 반발은 최근 수년간 더욱 거세져 2011년에는 일부 단체들이 이날 열리는 행사들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소송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방법원은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만장일치로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