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강의] 자연주의 세계관 비판과 대안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서충원 목사(샬롬누리영광교회 담임, 샬롬나비 사무총장)
서충원 목사

우리가 기독교세계관을 논의할 때, 오늘의 시대적인 변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오늘날 과학기술사회라는 새로운 삶의 정황에 처해 있다. 과학기술사회는 단지 외적인 삶의 조건의 변화가 가져온 물질적인 풍요의 삶을 말하지 않고, 삶의 패러다임, 즉 세계관의 전환을 의미한다.

현실적인 면에서 그리스도인들 역시 과학기술사회의 도래가 가져온 삶의 풍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서구에서 분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과학기술사회는 초자연적인 하나님의 능력에 의존하는 기독교 신앙을 약화시키고, 이제 공적인 영역에서 기독교신앙을 배제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신앙은 현실영역에서 더 이상 권위가 되지 못하고 있고, 사회는 점차적으로 비기독교적 가치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 우리는 오늘 과학기술사회에 살면서, 기독교적 관점에서 오늘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종교개혁 이후 근대 서구의 변화를 규정하는 것은 과학기술혁명이다. 16-18세기에 걸쳐서 서구에서 일어난 과학기술혁명은 중세기독교세계와 종교개혁의 신중심적인 사회를 인간중심적인 사회로 전환시켜 놓았다. 중세기독교와 종교개혁자들이 성경의 계시에 근거하여 목적론적인 사고체계와 이에 따른 도덕적 질서의 세계를 제시했다면, 과학기술혁명을 주도한 이들은 인과적인 사고체계와 이에 따른 합리적 세계를 제안하였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할 때, 이 지식은 인과적 사고의 산물로서의 과학적 지식이다. 그리고 오늘날 과학기술이 이뤄놓은 현대문명의 위업을 보면, 베이컨의 명제는 증명된 것처럼 여겨진다.

이제 사회를 지배하는 진리는 종교적 형이상학적인 사고체계에 근거한 도덕적인 진리가 아니라, 인과적 사고에 근거한 과학적인 진리이다. 목적론적 사고로서의 형이상학적 사고에서 인과적 사고로서의 패러다임 전환은 그 동안 종교적 권위에 눌려 있던 과학적 이성을 자유롭게 하면서 서구의 종교적인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물질적인 조건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형이상학적 사고에서 과학적 사고로의 전환은 오늘날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기독교세계관의 입장에서 근대의 전환을 평가할 때 주목하게 되는 것은, 과학적 이성이 모든 진리 위에 절대적인 진리로 군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자연법칙에 속하는 것만 진리로 인정하는 자연주의적인 관점에 의해, 자연법칙을 넘어선 인격적 하나님의 존재는 물론 배제되고, 도덕적인 규범도 더 이상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되고, 결정론적인 법칙을 넘어서 도덕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은 부정된다.

그러나 프란시스 쉐퍼가 바르게 비판한 대로, 자연과 인간을 자연법칙에 근거하여 설명하는 과학적 태도는 정당하나, 과학적 진리만을 절대화하는 자연주의는 인간을 결정론적인 자연법칙에 예속시키는 오류이다.

성경적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아 도덕적인 법칙을 알고 있고 거기에 따름으로 인간성을 실현한다. 자크 엘룰은 자연주의적 사고의 결과로 현대과학기술사회에서 기술적 수단이 절대화되고 관료적 체제 아래서 노예화, 비인간화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몰트만이 루터의 십자가 신학을 통해서 이해한 대로, 오늘 우리는 현대세계의 자연주의적 폐쇄성을 깨뜨려 현대사회를 결정론적인 예속에서 자유케 해야 하며, 비인격적인 자연주의로 인하여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의 문제 상황을 윤리적으로 통찰하고, 인격적인 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자연주의적 오류를 비판해야 하지만, 근대과학기술의 발전을 창조신앙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쉐퍼에 따르면, "일찍이 과학자들은 합리적인 우주를 창조하신 합리적인 하나님이 계시고 따라서 인간이 이성으로써 우주의 형상을 발견해 낼 수 있다고 믿었다."

전통적인 인간이해는 도덕주의적인 규범의 시각에서 보았기 때문에, 인간성을 억압한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면, 현대 심리학과 같은 사회과학적인 접근은 전통적인 규범적 시각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인간에 대해 전보다 풍성한 이해의 빛을 비춰주고 있다.

종교개혁의 전통, 특히 개혁파 전통에 서서 보면, 과학기술혁명은 하나님의 창조 안에 내재된 깊은 것들을 드러내주고 있다.

기독교세계관에 근거하여, 우리는 자연주의적 세계관을 비판해야 하지만, 칼빈이 논한 대로, 모든 선한 것들의 궁극적인 원천인 최고선으로서의 하나님과의 관련성에서, 과학기술과 그로 인한 현대세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긍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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