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세습'에 대한 너무 부분별한 비판 역시 한국교회를 위해 좋지 못하다는 논문이 발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윤식 박사(성결대)는 26일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63차 정기논문발표회에서 "한국교회 내 '목회직 승계'에 대한 선교학적 고찰"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작금의 한국교회 상황은 자식이나 혈연에 의한 모든 '목회직 승계'가 마치 재벌이나 북한의 3대 세습처럼 부와 권력을 가진 '교회세습'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소위 '교회세습'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극단적으로 피력하여 몰아가는 여론몰이식 비난은 한국교회의 생존을 위하여 이쯤에서 중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박사는 "이러한 비난과 야유는 목회 환경의 변화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신앙적 양심으로 대를 이어 목회자의 길을 가고자 했던 한국교회의 목회자 자녀들과 그 가족들에까지 깊은 자괴감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한국교회 내부의 진보적 시각에서 뿐만 아니라 기독교에 대한 악의적 감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부 반기독교 세력에 기독교를 폄하하게 하는 증명되지 않는 빌미를 제공함으로써, 기독교선교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세습을 반대하는 신학자들이나 목회자들의 반대이유는 공공성의 훼손과 부와 권력의 사유화로 인한 교회성장과 선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으나, 이러한 견해는 '목회직 승계'에 대하여 보편타당성을 갖지 못하며, 반대의 이유 또한 지극히 감정적이며 천편일률적인 여론몰이식 논리가 강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국교회의 개혁을 주장하는 내적 성찰의 단계를 넘어 다원화된 한국종교계 안에서의 교회성장을 방해하는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왜 한국교회에 소위 '교회세습'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이상 한국인의 뿌리 깊은 평등주의에 기초하여 감정적인 대응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제 여론몰이식 비난을 중지하고, 목회직 승계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루어진 교회의 각 공동체의 합의된 결정을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노 박사는 발표를 통해 한국교회의 '목회직 승계'에 대하여 지식사회학적으로 분석했는데, ▶한국교회에서 나타나는 '목회직 승계'는 선교환경의 변화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지역 교회의 생존을 위해 공동체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목회적 응전(pastoral response) 행위 ▶한국교회에서 '목회직 승계'는 목회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 그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의 발현(manifestation of responsibility) 행위 ▶한국교회에서'목회직 승계'는 다양한 세대의 출현에 따른 3세대 사회에서 각 세대간 통합을 위한 세대간 연결(inter-enerational networking) 행위라고 그는 봤다.
이러한 지식사회학적인 이해에 기초하여 노 박사는 한국교회 내 '목회직 승계'에 대한 선교학적 제언을 했는데, ▶혈연에 의한 '목회직 승계'를 소위 '교회세습'에 대한 일반 사회 여론에 편승하여 부와 권력의 '교회세습'으로 단정적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목회직 승계'는 육체적 혈연주의를 넘어서 영적 혈연주의, 즉, 하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고 특정 공동체의 인준을 받는 성스러운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목회직 승계' 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선교학적으로 재평가되어야 하며, 변화하는 시대에 교회 생존을 위해 '목회직 승계'를 준비할 경우, 성서적인 목회직 승계의 신학 원리에 따라, 이에 대한 절차와 과정에서 공동체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전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윤식 박사는 "'목회직 승계'와 '교회세습'의 차이를 분명히 하지 않고, 무조건 자식이나 혈연에 의한 것은 '교회세습'이라고 정죄하는 세습반대론자들의 비난과 여론 몰이가 얼마나 한국교회를 비참하게 하고, 선교적 역량을 잃게 만들며, 교회성장과 선교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한국교회의 생존을 염려하며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구성원으로서 세습반대론자들이나 옹호론자들 모두 특정 교회 공동체의 합의된 결정을 존중하고 격려하며, 교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 말로 한국교회가 상호 비방하여 파멸로 이르게 하는 자충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논찬자로 나선 김현진 박사(평택대)는 노윤식 박사의 발표에 대해 "정당한 절차와 공동체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정당한 '목회직 승계'조차, 후임자가 전임자와 부자관계 혹은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교회세습'의 부정적인 사례의 범주로 일괄적으로 묶여 비난을 받는 일부 중소형 교회들을 보호해주고 '목회직 승계'의 정당성을 옹호해준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