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대책본부 섣부른 결정 혼란·불신 자초

사건·사고
편집부 기자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9일째인 2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이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진도=뉴시스】구용희 기자 = "우리 애들이 죽어 가는데 도대체 뭐하는 정부냐"

'자원봉사 잠수사 참여 제한'과 관련, 정부 측의 섣부른 입장 발표가 다시 한 번 혼란과 불신을 초래했다.

거듭되는 자원봉사 잠수사 논란에 급기야 사고대책본부가 해명의 카드를 직접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이는 소조기 마지막 날 총력 수색에 희망을 걸었던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와 분노를 자아냈다는 지적이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24일 오전 전남 진도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참여 기회를 제대로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자원봉사 잠수사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고명석 사고대책본부 대변인은 "자원봉사자들의 경우 총 34개 단체 343명이 현장에 방문했으며 이 중 16명이 실제로 입수했다"며 "현재까지 이들의 구조 실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또 "제한된 시간 내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하는 절박한 작업 현실을 고려, 불가피하게 이들의 참여를 제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지 작업을 참관하고 있는 희생자 가족 대표들의 간절한 요청도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정부 측의 이 같은 입장 발표는 조류가 약해지고 수위가 낮아지는 '소조기' 마지막 날 총력 수색에 희망을 기대했던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와 분노를 자아냈다.

실제 브리핑이 끝난 뒤인 이날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진도 팽목항과 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던 실종자 가족 40여명이 진도군청 사고대책본부 상황실을 찾아 "수색이 더디다. 상황을 신속히 전달해 달라"며 강력 항의했다. 또 모든 인력을 동원한 수색을 거듭 촉구했다.

주말 비와 강풍이 예고되는 등 수색여건 마저 악화될 실정인 데다 이 같은 발표까지 더해지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가족들의 거센 항의는 같은 날 오후 팽목항으로까지 이어졌다.

상황 설명을 위해 팽목항을 찾은 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향해 한 실종자 가족은 "수색하기 좋은 소조기라고 당신들이 말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격렬히 항의했다.

또 다른 가족은 "민간 자원 잠수부들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데 해경은 못 들어간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자원 잠수부의 입수를 허용, 내 자식을 데려오라"며 오열했다.

아울러 "대책본부가 발표한 수색범위와 인원도 실제 현장에서와 차이가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주영 장관을 둘러싼 항의는 오후 10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UDT동지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해경의 원활하지 못한 업무처리로 잠수사들이 물에 한 번도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계속되는 '사고해역 진입 허가 요청'에도 해경은 '기다려달라 연락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시간을 끌었다"며 "20일 오전까지 답이 없어 항의했지만 또 묵살돼 철수했다"고 격분했다.

동지회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군·경 구조요원들은 UDT동지회의 후배들이다. 이번에 참여한 회원 모두 UDT 출신이며 80%는 수중공사와 잠수 관련 일을 하는 베테랑"이라며 "첫날부터 현장에 투입됐다면 진로를 개척했을 것"이라고 해경 측의 책임을 물었다.

사고대책본부는 "민관군 잠수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시점, 당장 잠수사 투입이 용이하지 않아 '기다리라'고 했을 뿐"이라며 UDT동지회의 주장에 대해 해명했다.

정부 측은 절박한 현실을 고려한 불가피한 일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피해 가족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는 의사 결정은 결국 혼란과 불신을 키우는 요소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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