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박영석' 수색, 유례없는 사례로 기록될 듯

사건·사고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박영석 원정대에 대한 수색은 산악계에서 매우 드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9일 산악계에 따르면 히말라야 고봉 근처에서 실종된 산악인을 찾는 데 현지에 잔류한 산악인들이 아니라 자국 구조대가 조직돼 열흘 가까이 수색을 벌인 것은 전례가 없다.

히말라야 고지대에서는 치명적인 고소증과 하루에도 수차례 돌변하는 기상, 눈사태과 산사태 등 극한의 어려움이 항상 도사린다.

효과적 수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색 대원이 2차 사고를 당할 위험도 큰 까닭에 실종 산악인은 안타까움 속에 사실상 방치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대한산악연맹은 실종 사실이 확인된 직후 "박영석의 소신처럼 우리도 1%의 가능성이 있더라도 도전하겠다"며 수색·구조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대장이 히말라야 14좌와 3극점,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하거나 답사해 '그랜드슬램'을 이룬 불굴의 탐험가이자 세계 산악계의 거목이었다는 사실이 결단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서 해외 산악인도 "박영석은 우리 모두의 영웅"이라며 자신의 상업 등반을 포기하고 구조대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네팔 정부도 이번 사안이 특수하다고 판단했다.

해외 등반가들이 고봉을 향해 베이스캠프보다 높이 올라가려면 네팔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아야 하고 거액의 입산료도 내야 한다.

그러나 네팔 정부는 박영석 원정대를 구조하려고 한국에서 급파돼 투입된 수색대원들에게는 이 같은 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고산 등반가들이 총출동했으나 실종된 박영석 원정대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없었기에 수색은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다.

통상적으로 조난 사고를 당한 원정대가 무전으로 위치를 알리거나 원정대의 일원이 사고를 목격하면 구조 작업이 훨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박영석 일행은 3명 전원이 한꺼번에 사라져 실종 지역은 마지막 위성전화 통화 내용과 구조대가 나중에 발견한 로프 하나로 막연히 추정될 뿐이었다.

수차례 집중 토의를 통한 분석한 결과 남벽 출발점 근처의 설사면과 눈더미, 남벽과 빙하가 맞닿은 부분에 형성된 거대한 틈(베르크슈룬트), 남벽 출발점에서 캠프 쪽으로 가는 길의 크고 작은 크레바스 등이 유력한 추정지역으로 거론됐다.

대한산악연맹은 박영석 원정대와 교신이 끊긴 다음 날인 지난 19일 오전부터 28일까지 열흘 동안 두 차례에 걸친 수색을 진행했다.

특히 두 번째 수색에서는 최고의 고산 등반가들과 산악 구조요원들과 노련한 셰르파들이 실종된 지역으로 추정되는 현장을 샅샅이 살폈다.

실종 초기에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수차례 고공 수색을 벌였고 후기에는 추가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깊이 40m 정도의 베르크슈룬트에 인력을 투입해 바닥까지 살폈다.

그러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한 채 대한산악연맹이 올해 수색을 중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실종된 박영석 원정대의 행방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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