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자녀(MK, Missionary Kids)는 풍부한 영적, 문화적 유산과 다양한 타문화 경험을 가진 잠재력 때문에 한국선교의 미래를 위한 훌륭한 인적자원으로 인식됏다. 그러나 이들이 겪는 정체성 문제, 다양한 문화(선교지 문화, 부모 문화, 서양 문화 등)와 가치를 따라야 하는 부담, 모국어에 대한 부담, 본국에서의 적응 문제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MK의 눈높이에 맞는 사역과 자료, 프로그램,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MK 교육 문제는 부모 선교사들의 사역에도 큰 영향을 미쳐 한국선교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한국교회와 선교계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은 '한국선교 2014, 선교사 자녀' 보고서에서 2013년 12월 말 현재 171개국에 2만0,085명의 한국 선교사들이 사역하고 있으며, 선교사 자녀는 1만7,675명이라고 밝혔다. 문상철 KRIM 원장은 "MK 교육은 선교에 관련된 모든 사람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선교사들이 해외 사역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자녀 교육을 위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RIM은 2012년 12월 말부터 2013년 12월 말까지 진행한 양적 통계와 2012년 10월부터 2013년 4월까지 9개국에서 진행한 질적 연구 조사 결과 이같이 밝혔다. 질적 연구 조사에서는 한국 선교사 70명, MK 76명, MK 교육자 30명 등 총 176명을 대상으로 현장기반의 인터뷰로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MK는 교육 단계별로 취학 전이 16.8%, 초등학생이 22.9%, 중학생이 13.4%, 고등학생이 12.9%, 대학생이 29.1%, 취업 연령이 4.9%로 나타났다. 또 초중고등학교 과정의 MK를 위한 학교 유형은 현지학교 35.9%, 국제학교 28.6%, 한국 내 학교 14.6%, 홈스쿨링 9.0%, MK 학교 8.9%, 한국계 해외학교 등 기타 3.0%의 분포를 보였다.
MK 교육을 위한 다양한 도전
문상철 원장은 또 MK 교육을 위한 다양한 도전 중 특히 영적, 언어, 정서, 심리, 문화, 신체, 재정, 가치관, 체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많은 MK는 부모의 결정으로 자신들은 제대로 준비되지도 않은 채 한국을 갑자기 떠나야 했다고 느꼈다"며 "선교지에서 행복하지 못한 MK들은 하나님의 선하심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데, 사춘기를 겪기 전에 하나님과 부모와 건강한 영적 관계를 세우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K 교육에서 언어적 도전에 대해 그는 "새로운 지역에서 초기에 중요한 장애물이 언어"라며 "본국사역 기간 한국에 돌아올 때는 한국어 실력이 조부모와 교인들에게 부정적으로 노출되고, 아이들은 이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그럼에도 국제학교 교사들은 많은 한국 MK들의 영어 향상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MK들은 일상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선호하는 언어가 한국어 40%, 영어 40%, 현지어 및 기타 20%로 나타났다.
문 원장은 "MK의 정서적, 심리적 도전은 상당하다"며 "기숙학교에 다니는 MK들은 부모와 형제, 자매를 그리워하고, 현지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종종 친밀한 우정관계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동료 간 결속이 없으며, 전반적으로 아이들의 관계적인 만족도는 낮은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외로움, 우울감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MK 중 0.9%에게서 심각한 학교 부적응 문제가 나타났으며 0.6%는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전문적 상담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됐다.
다중적 문화 정체성의 양면
MK가 선교지의 문화, 부모의 문화, 서양 문화와 더불어 여러 종교적 배경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다양한 문화를 일찍 경험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문화적 정체성과 관련해서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문상철 원장은 "MK들은 종종 문화적 정체성과 관련된 갈등을 겪는데, 이는 자아감, 행동 양식에 관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일한 문화적 정체성을 추구하는 것은 급속도로 글로벌화되는 이 시대에 비현실적인 과제이지만, MK들의 다중적인 문화적 정체성은 그들이 한국이나 국적 국가로 돌아올 때 수면 위로 떠오른다"고 말했다.
MK 교육 및 양육에 필요한 재정 문제에 대해 그는 "거의 모든 한국 선교사 가정이 경험하는 것"이라며 "소수의 한국 선교사만 교육보험을 들거나 다른 방법으로 대학교육비를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 자녀를 가진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국 선교사 가정의 평균 교육비는 555달러(한화 약 59만1천 원)였으며 최소 188달러(약 20만 원)부터 최대 940달러(약 100만 원)에 이르렀다. 이는 선교사 가정의 총지출의 19.2%에 달한다. 문 원장은 "우리가 인터뷰한 다수의 MK는 궁극적으로 월급을 많이 받아 부모를 후원하고 세상에 기여하겠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다"며 "교회로부터 안정적인 후원을 받고, 사역적으로 열매를 맺고, 현지 그리스도인들에게 존경받는 선교사들의 자녀들이 선교사역을 자신의 진로로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MK의 문화간 적응력, 역량 강조돼야
그는 또 "MK들은 본국 문화(A), 현지 문화(B)에도 속하지 않고 제 3의 문화(C)에 속한다고 느낀다"며 "1950년대 만들어진 제3의 문화의 아이라는 용어는 이들의 문화간 적응력과 역량을 강조하는 현재의 긍정적 의미가 결여됐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적인 교육 선교사는 MK들이 본국 문화와 현지 문화에 함께 속해 실질적으로 하이브리드 문화(AB)에 속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제3문화의 아이라는 용어를 '하이브리드 문화의 아이'라는 긍정적인 용어로 대체하는 것을 제안하고, MK 교육의 과제도 이 같은 노선에서 발전시킬 것을 요청했다.
그는 MK 교육을 위해 "한국 선교사는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정보에 근거해 적절한 계획을 세우고, 효과적으로 준비하며,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형편 내에서 제일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 자녀 교육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MK들은 자신들의 삶과 교육 현실을 이해하고 주어진 여건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MK의 영적 유산, 문화적 자산, 개인적 관계는 아주 풍부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내면화하고 대처 전략을 개발한다면 심리적 강점, 정서적 안정성을 갖고 낯선 상황에서도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교회는 선교의 다양한 상황과 여건을 고려하여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상화된 선교사의 삶에 대한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MK의 현실을 포함한 선교사의 삶의 세부 사항을 고려해 교회의 선교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정 등 여러 이유로 MK 교사, 기숙사 대리부모와 조력자, 행정가들이 사역을 오래 하지 못하면서 전문성이 쌓이지 못하는 경향을 지적하고, 교회의 선교 헌금의 일부는 MK 사역 평신도 선교사를 후원하는 데 사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MK에 대한 후속 연구 필요
그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초문화적(cross-cultural)이기도 하지만 초세대적(cross-generational)이기도 하다"며 "한국 MK들은 하나님의 언약백성이지만 부모들과 함께 하나님의 선교의 전방에 서 있는 상처 입기 쉬운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돌보는 것은 다른 문화권과 다음 세대 선교를 위한 중요한 사역이고 투자"라며 "지역별, 학령별, 학교 유형별, 공시적 및 통시적 관점에서 MK 교육에 대한 후속 연구가 정밀하게 이어져 한국선교의 백년대계가 굳건히 세워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선교 관계자들은 작년 10월에 열린 제1차 MK 컨설테이션에서 △인프라, 정보 공유(대입, 교회 정착, 재입국 등 전문자료, 네트워크, 선배 MK의 정보) △교육에 필요한 제도적 보완 △선교사, MK 오리엔테이션 △MK 모국어의 중요성 인식 △정서적 필요 지원 △재정 관련 기구(파송교회 담임목사 참여) 마련 △MK를 위한 기독대학 확대 △한국교회의 어려움(미자립 교회, 교회 내 어려움 등)에 대한 선교사의 이해 △MK의 재입국 시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함께 지내기 △MK를 선교자원으로 동원 등을 MK 사역의 주요 이슈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