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엿새째에 접어든 가운데 연이은 비보에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과 온 국민들이 기적을 손모아 고대하고 있지만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정신나간' 행태는 실종자 가족들과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으로 박혔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사고 닷새째인 20일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 사고 수습과 구조를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이 처음으로 팽목항에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주영 장관의 출현에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는 무얼했느냐, 우리 아이를 살려내라"라며 격렬히 항의했다. 더딘 구조작업과 주무부처 장관에 대해 분노가 폭발했다.
실종자 가운데 상당수가 어린 학생들로 대책마련에 고심해야할 교육부의 수장은 '유세'와 '라면'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서남수 장관은 지난 18일 침몰 사고로 희생된 학생의 안산 빈소를 찾았지만 수행원이 유족들에게 "교육부 장관이십니다"라고 귓속말을 건네면서 위로의 말은 건네지도 못하고 자리를 떠야만 했다.
유족들은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며 거세게 항의했던 것. 유족들의 슬픔을 고려하지 않은 채 습관처럼 베인 '의전'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 했다.
서 장관은 또 구조된 학생과 가족들이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라면을 먹다가 '부적절한 처신'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슬픔에 잠긴 가족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실종된 가족들의 소식을 기다리는 곳에서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이 볼썽사나웠을 게 분명하다.
심지어 사고대응 주무부처 중 하나인 안전행정부 고위 공무원의 행동은 더욱 가관이었다. 안행부 송영철 국장은 세월호 참사 현장 사망자 명단 앞에서 직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려다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안행부는 3시간 만에 송 국장의 직위를 박탈하고 대기 발령했다. 하지만 이미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에는 '대못'이 박힌 이후였다.
정치권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많았다.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 와중에 '색깔론'을 펴다가 도마에 올랐다.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며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누리꾼들은 "제발 실종자 가족 두번 죽이는 행위 하지말자" "제 정신인가, 이쯤되면 과대망상증 아닌가" "이런사람이 최고위원이라니" "한국 국회의원 수준이...이 참담한 시국에 이정도 발언밖에 못하냐"며 분노했다.
같은 당 유한식 세종시 후보는 술자리에 끼었다가 당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유 후보는 18일 저녁 청년당원들의 저녁 모임에 참석해 폭탄주를 마신 것으로 알려져 분노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