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오 칼럼] 세월호 삯꾼 선장과 '선한 선장'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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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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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 목사ㅣLCMS 한인담당 부목사   ©미국시온루터교회(LCMS)

교회력으로 지금은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며 예배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의 마음을 무겁고 안타깝게 만든다. 특히나 승객들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가던 10대 고등학생이라는 소식에 더더욱 침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모든 사고는 초기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지난번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에서 볼 수 있다. 사고 발생시 초기 한두 시간을 이른바 '골든 타임'으로 간주한다. 당시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이 시간 동안에 신속한 구조 요청과 안전한 승객 대피 안내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은 승객을 구해야 할 선장, 항해사 및 조타수가 먼저 구조되었다. 더구나 그 배의 총 책임자인 선장은 추운 물 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학생들의 외침을 외면한 채 혼자 살겠다고 도망쳤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학생들을 선실 안에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제일 먼저 구명 보트를 입고 빠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 믿고 있던 어린 학생들 대부분이 실종되었다. 어떻게 이런 선장이 있을 수 있을까?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요한복음 10장에 "양의 무리 비유"를 보면, 예수께서는 이런 선장을 가리켜 삯꾼 선장이라고 말한다: "삯꾼은 목자도 아니요 양도 제 양이 아니라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 이리가 양을 늑탈하고 또 헤치느니라. 달아나는 것은 저가 삯꾼인 까닭에 양을 돌아보지 아니함이라"(요 10:10).

삯꾼 목자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받는 보상과 자기 생명이 목적이지 양들을 보호하는 것은 부차적이다. 이리가 엄습해 오면 삯꾼 목자는 자기 목숨을 위해 양을 버리고 도망간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이런 삯꾼 선장이 아니라 우리의 '선한 선장'이시다. 그분은 우리에게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도다"(요 10:15)라고 말씀하신다.

그렇기에 어떤 파도와 위험의 순간에도 자신이 죽을지언정 양을 버리지 않는다. 그분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양을 구하는 분이다. 이리떼가 아무리 많아도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 양떼를 구하는 분이다. 그러기에 예수는 죄 가운데 빠져 허덕이는 모든 인간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우리의 선한 목자가 되셨다.

십자가는 자신의 몸을 던져서 양들을 살리신 사건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목숨을 버려 양을 살린 자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 가운데 두지 아니하시고 그의 전능한 능력으로 살려내셨다. 무덤을 여시고 아들을 다시 살리셨다.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이야 말로 우리의 진정한 선한 선장이시다.

여기에 우리 기독교인들이 지향해 나가야 할 삶의 모범이 있다. 우리는 선한 선장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의 삶을 따라 이 세상에서 선한 선장의 삶을 살아야 한다. 삯꾼 선장처럼 나만 하나님께 구원받으면 그만이고, 나만 살겠다고 온갖 탐욕을 부리며 죽어가는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한다면, 우리 또한 세월호의 그 선장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우리 모두는 '세월'이라는 시간의 배를 함께 타고 항해하고 있다. 때로는 파도가 높고 거세게 몰아쳐 고난과 어려움이 뒤따를 때, 나 혼자 살겠다고 도망가고 피한다면 그는 아마도 삯꾼 선장일 것이다. 우리의 가족이나 이웃이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할 때, 나만 살겠다고 도망가면, 우리 또한 세월호의 선장처럼 더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

그러나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우리의 가족과 이웃, 그리고 이 사회가 겪는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내가 먼저 헌신하고 봉사하고 희생하고자 하는 삶으로 살아갈 때, 그것이 바로 선한 선장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요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의 삶을 전적으로 따라간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번 부활절 시즌에는 우리 기독교인들 모두가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피해자들과 그 유가족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그들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섬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 선한 선장의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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