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은행장 하영구)에서 구조조정을 암시하는 듯한 평가서가 공개돼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최근 실적 악화로 시달리고 있어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파업도 예상된다. 전체직원 4000여명 중 3200여명이 노조원이라는 점에서 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이 우려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영업본부장에게 전국 지점장을 대상으로 평가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자료는 영업 본부장이 지점장들에게 보낸 자료 중에 발견됐으며, 지점장을 'Pass(통과) 그룹'과 'Doubtful(의심스러운) 그룹'으로 분류하도록 돼있다. 회사사측은 "부지점장에 대한 평가서가 실수로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앞으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을 선별하기 위한 '거르기 작업'이 시작된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지점장을 추리는 것에 이어 지점장이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거르기 작업을 한다는 제보도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지난 8일 씨티은행은 전국 190개 지점 중 56개 지점을 통합하고 대도시 위주의 영업망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씨티은행 측은 "통폐합 영업점장에 앉힐 적임자를 선별하기 위한 작업일 뿐,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며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희망퇴직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오는 22일과 2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이 결렬될 경우 전면파업 등 단체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노조는 2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단체행동권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파업에 돌입할 경우 2004년 이후 10년만이다. 노조는 앞서 16일 법원에 '영업점포 폐쇄 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지점폐쇄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한국씨티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국내 토종은행에 비해 밀리는 영업력과 악화되는 수익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4년 한미은행과 통합하며 소매금융을 확대한 씨티은행은 최근 수익성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와 수익 감소는 국내 은행들이 최근 몇년 사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지만, 씨티의 경우 특히 더하다.
수익성을 평가하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2008년 10.46%로 국내 평균보다 높았으나, 해마다 줄어들어 2013년 1.33%로 떨어진 상태다. 국내 은행 평균(특수은행 제외)이 4.91%인 것에 견주면 한참 뒤떨어지며, 일반 은행 중 최저치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13%로 국내 은행 평균(0.37%)에 한참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국내 영업력에서 밀리는 씨티은행의 현실을 지적한다. 영업점포가 1000개가 넘는 KB국민은행을 비롯 우리은행(993개), 신한은행(971개) 등 대규모 점포를 거느린 데 비해 씨티은행은 190여개로 열세를 보인다. 거기에 2008년 230개였던 지점수를 계속 축소해 올해 135개로 줄이고 있다.
거기에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본사 사옥을 매각하고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로의 이전을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본점 이전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