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내 자녀가 보낼 학교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지 않나? 자녀들이 인본주의적 세계관으로 가득한 학교에 다닌다는 것이 안타깝지 않나? 적어도 내 자녀를 성경적 세계관으로 보낼만한 학교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15일 진행된 삼일기독교세계관아카데미에서 '성경적세계관과 기독교학교'를 주제로 강의한 홍배식 교장(숭덕여고)가 한 말이다. 이 안타까운 마음, 절실함이 홍 교장이 숭덕여고를 하나님을 예배하는 학교로 바꾸어낸 힘인 듯 하다.
홍 교장은 숭덕여고는 "1967년에 개교해 10여년전에는 우리학교에 오게 된다면 학생들이 울었던 학교였다"며 "그 학생들을 데리고 예배를 드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공부나 열심히 하지 뭐 그런 걸 하냐'는 학부형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다.
학교에 강당이 없어 절기예배때는 주안장로교회를 빌려서 예배를 드리면 하루종일 공부를 못하니 학부형한테 전화가 오는 것이었다.
그는 "당시 공부를 아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평범한 학교였다"며 "우리학교가 진정한 기독교학교가 되면 (다른 기독교학교들에) 우리도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 다른 학교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학교가 딱 적당한 학교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홍 교장이 목표했던 학교는 '성경적 세계관으로 가르치는 학교',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학교'였다.
홍 교장은 진정한 기독교학교의 변화는 수업의 변화라고 생각해 교사들과 함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의 기독교학교들을 돌아보고 배우게 했다.
기독교학교로서의 비전과 사명선언문, 코어밸류 등을 만들어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은 것을 보고는 숭덕여고도 2003년에 비전을 만들고 사명선언문을 한국상황에 맞게 만들었다. '우리학교가 기독교학교가 되려면 이런 것을 명확히 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학교의 비전은 '기독교학교의 모델이 되는 학교'였다. 그 비전에 따라 살기 위해 대광중.고, 숭실고, 영주고 등 교장선생님들에게 외국의 기독교학교를 돌아보자고 제안해 가기도 했다. 밤마다 모여 기독교교육의 기초가 무엇인지 한명씩 발표하며 공부하는 시간도 가졌다.
홍 교장은 "그런데 아쉽게도 그때 갔던 교장선생님들은 1-2년 안에 퇴직을 하시더라"며 "그러니 (학교가) 안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숭덕여고 안에서는 해외 기독교학교 연수를 다녀온 교사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성경적 세계관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지 시간을 내서 공부했다. 하나님, 창조, 인류, 도덕체계, 목적. 이 다섯가지 핵심 가치에 대한 분명한 성경적 세계관을 다지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다른 기독교학교의 교사 300여명을 초청해 성경적 세계관의 토대 위해 가르치는 교과목 시범수업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도 수업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학교는 이렇게 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는 홍 교장의 외침이었다.
교사를 통한 수업의 변화에 이어 홍 교장이 집중한 것은 학교의 우선순위의 변화였다. '예배'에 우선순위를 두고 예배 회복을 시도했다.
교회에서 학생회장이라고 하는 학생도 예배 시간에는 너무 조용한(?) 현실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학생들이 100% 교회에 안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초신자를 모아놓고 전도하는 것 같이 예배를 드리면 좋겠다 해서 목사님(교목)과 얘기해서 즐거운 축제같은 예배가 되게 하자"고 방향을 잡았다.
지금 숭덕여고에는 1300명이 들어가는 강당이 있지만 원래는 교실 세개를 붙여놓은 곳에서 드렸다고 했다. 학생들이 수업 받는 교실과 먼 곳에 떨어져 있고 환경도 좋지 않아서인지 학생들이 와서 졸고 자고하기 일쑤였다.
홍 교장은 '하나님, 예배당을 주십시오'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며 다른 학교 강당이나 체육관을 갈때마다 '우리도 이거 주세요'하고 기도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먼저 설계도부터 만들어 교사들에게 "이것 우리 학교 강당입니다"하고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면 반응은 "언제 지어요?"였고 그때마다 그는 "계획은 없고 돈도 없어요"라고 답했다.
꿈을 갖자는 취지였다고 그는 말했다. 꿈을 가지면 언젠가 하나님께서 주시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교육부에서 강당을 지으라고 지원을 해주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런데 강당을 짓다 보니 체육도 하고 예배도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예배만 잘 드리는 강당을 만들자고 결심을 하고 강당 바닥에 의자를 고정시켜버렸다고 했다.
그는 강당 안에 학교에서는 놓을 수 없는 고가의 콘솔과 영국제 스피커를 놓았다며 성악가 교수들이 학교에 오면 대학보다 낫다고 놀란다고 했다. 그는 "예배를 잘 드리라고 말면서 예배를 잘 드릴 수 있는 환경은 하나도 안 만들어 준다"며 "예배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와서 졸고 잘지언정 푹신하고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로 했고 화면도 LED로 바꿨다. 신디사이저 삼일교회 수준은 될 것이다. 야마하 이상이고 드럼도 최고로 했다"며 "학생들것 한다고 싸구려로 하지 말자"고 마음먹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장은 "매주 화요일마다 채플을 하는데 학생들을 보면서 큰 은혜가 된다"며 "저 학생들이 저렇게 예배드린다는게 기적이구나 하며 정말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다는 생각할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이번 주 목, 금요일은 부흥회라며 공부 안하고 부흥회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학부형한테 항의전화는 안 온다"고 했다.
왜냐하면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잘 보내기 때문이란다. 대치동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성적 좋은 학생이 좋은 대학을 가려고 전학을 올 정도라고 한다.
그는 "최고의 명문학교가 되자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한국적인 상황에서 좋은 기독교학교가 되기 위해서 그런 부분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홍 교장은 "학교는 학교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한데 명문대학을 추구하는 선호도에 대해서는 저도 더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며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워져야 된다고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원하는 학교를 보내주는 것은 학교로서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부분은 고민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공교육 내에서 기독교학교의 정신을 바로 구현하려는 노력들 때문에 교육청으로부터 어려움도 많이 당했다며 "왜 종교수업을 하냐부터 시작해서 정말로 많이 싸우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대학을 잘 보내서 시선이 좋아지니 그 다음부터는 와서 아무말 안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때는 장학사가 오는 날이 우리가 예배 드리는 날이었는데 예배 드리는 모습을 봤는데도 '잘 예배드리네' 그러고 말더라"고 했다.
그는 "지금도 우리나라 현실은 기독교교육을 마음대로 못하게 돼있다"며 "인도네시아의 이슬람학교는 열심히 이슬람을 가르쳐야 한다고 법으로 돼있다. 기독교학교는 기독교를 가르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 건학이념을 교육청에 얘기하고 세운 학교인데도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기독교학교 상황은 학생들을 마음대로 뽑을 수 없고 등록금 책정권도 없고 커리큘럼도 우리가 정할 수 없다"며 "이 상황에서 어떻게 기독교학교 할 것인가가 과제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신에 우리가 우선순위는 포기하지 말자. 예배드리는 시간은 포기하지 말자고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장은 이번주 진행한다는 '비전 페스티벌'에는 석봉토스트의 김석봉씨, 고형원 대표, 쉐프, 경찰, 바리스타 등 각계각층의 직업 전문가 30명을 초청해 학생들과 만나게 해주는 시간도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전에는 목사님을 모시고 설교를 듣고 찬양팀 와서 집회하고 오후에는 그런 분들을 만나게 한다"며 "학생들이 목사님들을 통해서도 변화할 수 있지만 내가 닮고자 하는 롤모델이 신앙고백을 할때 그분을 통해서도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 교장은 "선착순 마감이라 거기 들어가려고 지난 토요일 저녁에는 인터넷이 난리가 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