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강의] 공적인 진리로서의 기독교세계관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서충원 목사(샬롬누리영광교회 담임, 샬롬나비 사무총장)
서충원 목사

한국 기독교는 성도들의 뜨거운 신앙의 열정으로 세계사에 유례없는 성장을 이루었지만, 오늘날 사회에서 정치, 사회, 문화와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 의미를 상실하고 있고, 오히려 점점 더 사회에서 반사회적이고 비이성적인 집단으로 비쳐지고 있음을 본다.

이에 우리는 기독교 신앙이 본래적으로 무엇인가? 라고 질문하게 된다. 타종교의 지도자들에 비해서 기독교 지도자들은 시대의 주된 흐름에서 크게 소외되어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독교 지도자들을 정치적인 이슈들이나 사회 문화적인 이슈들에 대해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들로 여기지 않고, 또 실제로 기독교 지도자들은 공적 이슈에 전문적인 지식과 통찰을 갖지 않고 있지 못하다.

오늘날 이 시대를 장악하고 지배하는 세계관과 가치체계에 대해서 기독교는 거의 대안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 과연 기독교신앙이 공적인 영역에서 분리된 채 사적인 영역에 속한 종교로 여겨지는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오늘날 기독교가 공적인 영역에서 소외되고, 주류사회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은 서구 역사에서 최근의 중대한 변화이다. 중세는 기독교적인 이념에 의해서 지배되는 기독교 세계를 형성하였고, 중세의 기독교세계가 복음을 왜곡한 것으로 본 종교개혁자들도 중세와 다른 의미에서 기독교적인 사회와 문화 변혁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의 회복은 단지 교리와 교회의 개혁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사회의 새로운 도덕적 토대를 정초하고 성경의 진리에 바탕을 둔 서구사회를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계몽주의의 흐름이 서구사회의 공적인 영역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이제 이성을 바탕으로 한 자율적 인본주의가 서구의 지배적 세계관이 되었고, 점차로 교회는 이 세속사회의 세계관에 공적인 영역을 내어주게 되고, 사적이고 개인적인 경건의 영역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리스도인들도 기독교 신앙을 세계관을 인식하기보다는 영적이고 종교적인 경험으로 이해하면서 개인경건에 있어서는 기독교적인 정체성을 붙들지만, 현실의 영역에 들어와서는 세속적인 세계관을 따르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서구와 동일하게 오늘의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세계관은 하나님을 부정하는 자율철학에 토대를 둔 세속적 세계관이고, 이것은 진리의 규준으로 인정되고 있다. 오늘날 공적인 진리로 인정을 받는 지배적 신념체계는 철저히 경험적인 검증을 거친 것만을 진리로 인정하는 자연주의 세계관과, 도덕을 단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선택의 문제로 인정하는 다원주의적 세계관이다.

이들 세속적 세계관은 사회를 건강하게 세울 진리의 기본이념으로 인정되고 있고, 만일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이것을 부정하게 되면, 진리의 규범을 어기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독교 신앙과 도덕은 공적인 진리의 영역에서 밀려나 사적인 진리로 평가절하된다. 자연주의나 다원주의적 세계관은 공적인 영역에서 진리로 통용되는 반면, 기독교의 도덕성은 이런 세계관에 의해서 검증되어야 할 사적인 진리로 여겨진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의 진리는 총체적 진리로서 사적인 진리이면서 공적인 진리이고, 영적인 진리이면서 정치적 사회적 진리이다. 공적인 영역을 세속적 관점에 넘겨주고 신앙을 개인적인 영역에 제한한 것은 교회의 결정적인 실패이다.

레슬리 뉴비긴이 『복음, 공공의 진리를 말하다』에서 강조하는 대로, 우리는 세상을 향해 기독교는 근대의 과학 못지않게 공적인 영역에 타당한 지성적인 진리의 체계임을 강조해야 한다. 낸시 피어시가 『완전한 진리』에서 역설한 대로, 기독교신앙이 이 세계가 사적인 영역에 머물도록 강요해온 틀을 깨뜨리고 공적인 영역으로 들어가, 이 영역을 기독교적 관점으로 개혁해야 한다.

정치, 사회, 문화 등의 공적인 영역이야말로 총체적 진리로서의 기독교 신앙이 다시 찾아야 할 영토이다. 그리스도인은 신앙에 근거하면서 공적인 영역에서 충분히 이성적일 수 있고, 신앙의 근거를 부정하는 세속적인 이성보다 더 현실에 부합한 합리성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 한국교회의 경건은 너무 귀하다. 그러나 신앙이 개인적인 경건과 신앙경험과 개인도덕성에 제한되어 있고 공적인 영역에 있어서 거의 영향력이 없다.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분리되어 기독교가 사적인 영역의 진리로 제한되는 것은 오늘의 기독교의 건강하지 못한 징조이다. 진정한 진리는 사적인 진리와 공적인 진리의 통일이다. 한국 기독교 신앙은 개인경건의 사적인 신앙을 넘어, 공적인 영역을 복음으로 변혁하는 공적 진리로 거듭나야 한다.

#서충원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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