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고위층의 개입 여부는 밝혀내지 못하고 무혐의 처분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4일 수사발표를 통해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54·3급) 처장과 주(駐)선양총영사관 이모(48·4급) 영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주 선양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소속 권모(50·4급) 과장을 시한부 기소중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처장과 이 영사, 권 과장에게 모해증거위조, 모해위조증거사용,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또 이 처장과 권 과장에게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의 이날 수사결과 발표는 지난 2월 14일 "문서가 위조됐다"는 중국대사관 측 회신 내용이 공개되면서 증거 조작 의혹이 불거진 지 59일, 공식 수사체제로 전환한 지 38일만이다.
이 처장과 권 과장은 지난해 9월 말 '유가강(유우성) 등 출입경사실을 확인하고, 그 내용이 사실과 틀림없다'는 내용의 허위 확인서를 이 영사로부터 전달받아 검찰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처장과 권 과장은 또 김 과장과 공모해 지난해 11월 중국 국적의 협조자를 통해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에서 유우성(34)씨에 대한 출입경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허룽시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달 27일 인터넷 팩스 발신번호를 조작해 허룽시 공화국에서 주선양 총영사관으로 두 차례에 걸쳐 공문을 발송한 것처럼 가장했으며, 지난해 12월 5일과 13일 각각 법원에 제출했다.
이 처장은 아울러 권 과장 등 부하 직원들과 공모해 지난해 12월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에 문의하고 변호인 측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정황설명 일사적답복)를 전달받았다'는 내용의 허위 확인서를 이 영사 명의로 작성하고, 올해 1월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김 과장은 중국 국적의 협조자 김씨와 공모해 지난해 12월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명의 답변서를 위조하고 이를 진본인 것처럼 속여 허위 범죄신고서와 함께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지난해 2월에도 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 1부와 장춘시 공증처 명의 공증서 2부를 위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다만 증거위조 사실을 인지 또는 묵인한 것으로 의심받은 검사 2명과 남재준 국정원장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남 원장이 증거위조 등을 지시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무혐의 처분했다.
이 처장을 비롯한 국정원 수사팀 관계자들이 부국장 이상의 상급자에게 증거 입수 경위와 관련해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정원 전문 및 전문 결재 관련 조사결과에서도 상급자의 개입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유우성씨 간첩사건의 수사 및 공판을 담당한 이모 부장검사 등 검사 2명 역시 증거위조 등에 관여하거나 위조한 사실을 알고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아 혐의가 없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다만 자살을 기도한 권 과장에 대해선 현재 병원 치료 중인 점을 고려해 치료가 끝날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했다.
또 허룽시 공안국 명의 출입경기록의 위조 여부는 중국측에 요청한 사법공조를 통해 결과를 회신받을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앞서 유씨 변호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검찰측 증거자료가 위조됐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은 지난달 7일 진상조사를 수사체제로 전환해 같은달 10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